기사 (전체 419건) 제목보기제목+내용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51. 토란대- 박태건
토란대사람은 누구나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기억을 떠올린다. 때론 기억이 사실보다도 더 적확하게 과거의 일을 추리는 경우도 있다. 기억은 현재적 욕망으로 재해석되는 대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를 짚어보는 행위가 과거지향적이라거나 삶의 패배를 뜻하지는
이병초   2020-09-21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50. 흰 부추꽃으로 - 박남준
흰 부추꽃으로! 어떤 일에도 서툰 그가 있다. 산에 가서 나무하는 일도 그렇지만 괭이질이나 낫질도 몸에 배어 있을 것 같지 않다. 혼자 몸 건사할 땔감이 대단할 리는 없지만 오늘도 그는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찢기고 긁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절뚝거린
이병초   2020-09-14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49. 그 날 - 이성복
그 날 세상은 언제부턴가 주파수가 망가졌는지도 모른다. 인내(忍耐)는 쓰기만 할 뿐이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문구는 너무 낡았다. 일상이라는 말은 친근하지만 거기에 똬리 튼 삶의 행위들은 타자화되어 무감각하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일상을 품었던 주파수
이병초   2020-09-07
[오피니언]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48. 꽃잎 - 복효근
어린 게의 집은 갯벌 어디쯤일까. 제집으로 알고 찾아든 어린 게를 바지락은 품는다. 삶의 조건은 급박하다. 냄비 속의 물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바지락은 누구를 만나러 가다가 냄비 속에 꼼짝 못하고 잡혀온 것일까. 국물이 뜨거워지자입을 쩍 벌린 바지
전북포스트   2020-08-31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47. 고들빼기꽃 - 안상학
시인은 일상의 작은 것들을 눈여겨보는 존재인 것 같다. 돌배기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풀꽃에 다가서거나 여치소리 또는 콩잎에 맺힌 이슬 한 방울도 시의 窓이 되기도 한다. 시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앞서 인간적 무늬에 먼저 다가선다는 듯이. 벤치 밑 고들빼
이병초   2020-08-24
[이병초의 성장통]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46.길, 그렇게 살아가는구나 - 홍민석
길, 그렇게 살아가는구나삶의 묘미가 역순행일 수도 있겠다. 저녁 식탁에 올라온, 화덕에 구워지는 물고기를 보면서 자신의 전생(前生)을 추려보는 것도 끼니의 묘미이겠다. 오늘은 안녕했는가, 내일도 별일 없겠지, 일이 생기면 또 어떤가를 물고 있는 시간은
이병초   2020-08-18
[이병초의 성장통]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45.곁을 주는 일 - 문 신
곁을 주는 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에겐 ‘그늘’도 있고 ‘곁’도 있다. 그늘은 모두의 선생님이 되실 만한 분이 가진 웅숭깊음이라면 곁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살뜰함이겠다. 사랑이 그렇듯 한 사람에게 곁을 주고 안 주고는 개인의 몫이다. 사랑은 이별의
이병초   2020-08-10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44. 소- 김기택
소 사람들은 말을 아낀다. 말을 함부로 하면 자신이 함부로 버려질 수도 있다는 경구를 잊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돈과 물질이 사람의 소통을 가로챘으므로 사람들은 아예 말수를 줄였다고 적어야 옳지 싶다.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이병초   2020-08-03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43. 산불감시초소 - 유강희
산불감시초소 숲속에 홀로 내던져지고 싶은 그가 있다. 산불감시초소를 작업실로 쓰며 자신의 내면을 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다. 산다는 게 뭔지, 바쁘게 살면 정말 행복해지는지 그것도 따져볼 모양이다. 문명에 버려진 듯한 산불감시초소, 푸른 페인트칠이
이병초   2020-07-27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42. 고분에서 - 오태환
고분에서 시는 개인의 순정을 알몸인 채로 품을지언정 별것 아닌 내용을 지리멸렬 이어가는 진술이 아니다. 직관적 성격이 강한 데다 운율감과 압축의 미학을 돋을볕처럼 붓끝에 벼렸으므로 시는, 시의 촉수에 포획된 한 개의 상황에 집중할 뿐이다. 어느 손〔手
이병초   2020-07-20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41. 바닥을 쳐도 좋은 사랑
바닥을 쳐도 좋은 사랑 사랑이란 말은 친근하다. 누구든 사랑이란 감정에 뜨겁게 데일 자유가 있으므로 이 말이 친근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목숨 걸고 한 사람을 사랑했다는 감정- 그것에 예의를 갖추는 마음가짐이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이란 말이 친근한
전북포스트   2020-07-13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40. 청국장반대기 - 박기영
박기영 시인의 『맹산식당 옻순비빔밥』은 귀한 시집이다. 사람만큼이나 사람의 행위를 소중하게 여기는 그의 시편들은 분단 이전의 삼천리강산을 품고 있다. 시단에 만연한 번역 어투를 아예 모른다는 듯 우리말 본래의 쓰임새를 표면화 한 시편들 속엔 ‘나’와
이병초   2020-07-06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39. 섬진강11 - 김용택
섬진강11 형님. 새벽어둠이 방충망을 빠져나가다가 아귀 안 맞는 문짝 귀퉁이에 걸려 나방처럼 파닥입니다. 참새들이 목 이슬을 터는지 제 머리맡이 소란스럽습니다. 1982년 부정기 무크지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발표된 시편들로부터 『섬진강』, 『맑은
이병초 시인   2020-06-29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38. 쉬! - 문인수
시는 진술을 꺼린다. 운율과 비유, 이미지 등으로 형상화되어 사람의 기억 속에 잠든 감각을 흔들어 깨우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미가 시 전체를 아우르지는 못한다. 자유시의 형태가 다양해져서 영역이 광범위해진 데다 “좋은 시”는 진술이나 시적
이병초   2020-06-22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37. 장대비를 가르는 법 - 안성덕
장대비를 가르는 법 안성덕의 시는 문명사회가 잃은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문명의 이중성을 거절하는 불온성에서 발화된다. IT산업이 가진 금속성, 환각성 등에 시의 초점을 맞추기보다 삶의 건강한 행위에 애정을 보인 안성덕의 시는 첨단의 방법론이 무색하리
이병초   2020-06-15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36. 내 살던 뒤안에- 정 양
내 살던 뒤안에 - 정 양한 편의 시에 전율과 감동이 한꺼번에 올 수 있을까. 정서적 충격과 경이감을 뚫고 역사처럼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까. 정양 시인의 「내 살던 뒤안 뭏 읽은 뒤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 행위의 구체적인 정황 속에서 시
이병초   2020-06-09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35. 새말, 낡은 집3 - 홍은택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을까. 세상에 몸과 마음을 내주었어도 되레 낯설어지는 오늘을 반납하고 시인은 옛집 뒤꼍에 있는 우물로 돌아가고 싶었을까. 옛집으로 가는 승차권은 어제 매진되었을 텐데, 우리 모두는 실향민이라는데 어쩌자고 시인은 기억 속의 우물을 여
이병초   2020-06-01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34. 거미집 - 장현우
거미집 무욕의 시학이란 말이 있다. 문명성의 담론에 편승하지 않겠다는 시학으로 읽히거나 자본의 불순한 징후를 포착하겠다는 전략적 시 쓰기와도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의 화두가 사회이든 자연이든 무의식이든 그것을 오래 궁구하되 자연과 삶을 있
이병초   2020-05-26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33. 오월, 무덥던 날
그날, 1980년 5월 27일 새벽- 시민군을 떼죽음으로 내몰 계엄군의 진압작전을 예감한 윤상원은 전남도청에 남은 어린 학생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너희들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이제 너희들은 집으로 돌아가라. 우리들이 지금까지 한 항쟁을 잊지
이병초   2020-05-15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32. 휴식
휴 식 늙고 병든 가구에 닿은 시의 눈길이 따뜻하다. 풀섶에 자잘하게 핀 꽃들을 아끼듯 가구들에 말을 건네는 목소리는 살갑다. 소외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소외되었을 이력들 마음이 펴지지 않아서일까. 남들 일할 때 나도 일하고 남들이 쉴 때 나도 쉬는
전북포스트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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