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가격변화의 양포지구(楊布之狗)

‘아메리카노 1,400원’. 주말에 집 근처 새로 생긴 카페 문 앞에 붙은 문구이다. 1,400원의 가격은 낯설게 느껴지는데, 왜냐하면 보통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아메리카노 커피 가격은 1,500원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할 때 가격이 싼지 비싼지의 기준이 되는 가격 수준인 준거가격(reference price)을 설정한다. 필자도 상품마다 준거가격들을 설정해 놓는 경우들이 있는데, 생수 작은 병은 500원, 라면 한 봉지는 1,000원 정도를 생각한다.

카페 사장님은 저렴한 아메리카노 커피의 준거가격을 1,500원으로 설정했고, 100원을 할인하면 소비자들이 싼 가격에 커피를 구매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카페 맞은편에는 1,500원의 가격으로 아메리카노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가 있어, 사장님은 100원을 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소비자를 유인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기존에 마시던 1,500원 아메리카노 커피 대신 100원이 더 저렴한 1,400원 아메리카노 커피를 구매하겠는가?

마케팅 이론 중 최소인식가능차이(이하 JND, just noticeable difference)라는 개념이 있다. JND는 소비자들이 가격 차이를 느끼는 가장 최소한의 가격변화 폭으로, 특정 수준으로 가격이 오르면 비싸졌다고 인식하고, 가격을 내리면 싸졌다고 인식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1,700원짜리 막걸리 한병의 가격을 200원 오른 1,900원까지는 가격이 인상했다고 느끼지 못하다가, 300원 오른 2,000원이 됐을 때 가격이 비싸졌다고 생각하면 1,900원이 가격 상한선이고. 반대로 100원 내린 1,600원에는 가격이 싸졌다고 느끼지 못하다가, 200원 내린 1,500원에서는 싸졌다고 생각하면 1,500원이 가격 하한선이 된다.

중요한 건 가격을 올리고 내리는 상황에서 판매자는 JND를 고려해야 한다. 막걸리 가격 상승의 JND가 2,000원이라면 1,900원까지 인상해도 수요 감소에는 큰 영향이 없고, 가격 하락의 JND가 1,500원이라면 1,500원까지 인하해야 수요 상승이 나타난다.

앞서 아메리카노 커피를 1,400원에 판매하는 카페 사장님은 JND를 고려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소비자는 100원 할인으로 가격이 싸졌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우며, 할인된 100원으로 만족을 얻는 요소가 없기에 기존 단골 가게를 포기하지 않는다. 소비자를 유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100원을 할인해 얻는 결과는 100원의 수익 감소만 남는 것이다.

카페 사장님은 단순하게 경쟁 상대 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100원을 싸게 팔 것이 아니라 시장조사, 단골 고객조사, 설문 조사 등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가격 할인 정도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가격할인으로 경쟁이 어렵다고 느낀다면 다른 마케팅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대의 상황도 있다. 지금은 업체가 변경됐으나 필자가 강의하는 대학의 지하 편의점에서는 가격이 항상 10원 단위까지 매겨져 있었다. 음료수 1캔에 840원, 삼각김밥 1개에 920원과 같이 애매한 가격을 책정했으나 학생들은 특별한 문제 없이 상품을 구매했다.

이유는 학생들이 10원 단위의 가격 상승은 가격이 올랐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10원 동전이 떨어져 있으면 줍지 않는 것처럼, 가격의 10원 정도 차이는 가격이 올랐다고 생각하지 않아 구매에 있어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판매자는 10원의 이득이라도 챙길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니, JND를 고려해 수요의 감소가 없다면 당연히 조금이라도 가격을 올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또한 편의점 사장님이 선택한 가격 방법은 JND 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계산으로 최대한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었다는 인상을 주는 단수가격(odd price) 방법도 적용했다. 결국, 편의점 사장님이 책정한 10원 단위의 가격은 소비자가 금액 인상을 못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오히려 가격을 정확하게 책정해 싸게 팔려고 노력했다는 인상까지 준다.

중국 전국 시대 사상가인 양포가 외출할 때 흰옷을 입었다가 귀가할 때는 검은 옷을 입었더니 개가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짖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하는 사자성어인 楊布之狗(양포지구)는 ‘겉모습의 변화를 보고 쉽게 판단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격 변화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언급한 내용처럼 판매자의 가격 설정 방법에는 다양한 기법들이 포함되어 있다. 기존 보다 단순히 가격이 싸게 느껴져 구매부터 하게 된다면 품질이 좋지 않은 상품을 구매하거나, 다른 판매처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평소에 상품을 구매하면서 매장마다 판매하는 가격대를 분석해 정확한 준거가격을 설정한 후에 개인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가격대에서 구매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자주 구매하는 상품들은 가격을 스마트 폰에 기록을 해 놓거나, 번거롭다면 즉시 해당 상품을 검색해 온라인 최저가와 얼마나 가격 차이가 나는지 분석하면 자신만의 준거가격이 쉽게 형성된다.

카페 사장님과 같이 노력 없이 쉽게 가격을 설정하면 오히려 마케팅 기법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것처럼, 소비자는 현명하게 판단하고 고민할수록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 서문교 성균관대학교 객원교수

글쓴이 서문교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및 글로벌창업대학원 객원교수이며, 대한경영학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