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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26. 오늘부터 좋겠네 - 이 안
오늘부터 좋겠네 - 이안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뜻을 이뤄 가정을 꾸리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다. 욕망의 존재인 각자가 자신을 비우고 서로 한 곳을 바라보는 지점은 ‘나’가 아닌 우리로 응결됨을 뜻한다. 하늘의 축복임이 분명한 이 인연의 결실은 인간사를
이병초   2020-04-01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25. 파도 소리가 들리는 책장 - 서 하
책장을 정리하다가 파도소리를 듣는 시인이 있다. 높낮이가 다른 책들이 손에 잡히는 순간 접신(接神)하듯 “성대가 없는 활어”가 건져지기도 한다. 시는 삶의 가까운 곳에 있으며 시의 상상력이란 것도 일상을 재해석하는 지점에서 촉수를 빛낸다는 것을 보여준
이병초   2020-03-24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24. 무등을 보며 - 서정주
서정주의 시가 한국 근대시사(近代詩史)의 영욕(榮辱)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천재성이 유별나다고 평가받는 작품들로부터 친일시, 독재자들을 찬양한 시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편들은 충격으로 다가온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의 시 일부를 아끼는 편에 속한다
이병초   2020-03-18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23. 바이칼호수 - 신재순
바이칼호수꿈은 현실의 또 다른 세계다. 어제와 오늘이 뒤섞이듯 현실과 미래가 맞물려 있기 일쑤이고 나이조차 숫제 무시한다. 하지만 꿈속의 세계는 뭐든 이룰 수 있는 해방구이다. 현실은 하고 싶은 것보다 금기가 더 많은 불평등한 세계이므로 꿈은 아주 오
이병초   2020-03-11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22. 사랑 - 기형도
사랑 왜 그 사람을 사랑했는지 묻지 말자. 어떡하자고 아직껏 보고 싶은지 알려고도 하지 말자. 사랑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므로, 목숨을 거는 일이므로 이유가 필요치 않다. 무작정 그 사람에게 쏟았던 눈길, 무작정 더워지던 숨소리, 살갑던 손길이며, 잊
이병초   2020-03-04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21. 그늘의 임대료- 김성철
그늘의 임대료 가난과 실직과 실연, 소외 등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김성철 시의 상상력은 예술적 치열성에 목말라하는 청춘의 주소지를 보여준다. 삶이 선물한 피치 못할 사정들을 견디며 언어의 씨앗을 찾고 골라냈을 시의 가지런한 숨소리, 그의 첫시집 『달이
이병초   2020-02-25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20. 프란츠 카프카- 오규원
프란츠 카프카시가 대체 뭐냐는 질문을 나는 종종 받는다. 시의 정체를 승차권처럼 자신의 손에 쥐어주기를 바라는 눈길도 꽤 많았다. 난감했다. 잠시 딴 데를 보다가 “자연과 삶을 재해석한 언어의 무늬”가 시일 거라는 말을 조용히 내려놓곤 했다. 이런 답
이병초   2020-02-19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19.모닥불 - 백석
모닥불 백석 시인은 평북 정주 사람으로 1930년에 일본 아오야마靑山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귀국후 1935년 8월 30일 조선일보에 시 「정주성」을 발표하며 시단에 데뷔했고 조선일보 계열사에서 편집 일을 거쳐 영어선생을 역임했다. 이력에 나타난
이병초   2020-02-11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18. 버스 잠깐 신호등에 걸리다 - 이면우
버스 잠깐 신호등에 걸리다 - 이면우 먹고사는 게 뭔지 잘 몰라도 오늘도일반인은 바쁩니다. 왜 바쁘게 살아야 하는지를따져볼 새도 없이 하루가 그냥지나갔다는 말도 더는 생경하지 않습니다.단 네 문장으로 처리된 이면우의 시를 읽으면서오늘 하루가 새삼스럽습
이병초   2020-02-04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17. 숭어 한 마리 - 김영춘
숭어 한 마리 삶엔 기억이란 반추작용이 있다. 현실과 과거의 경계를 뛰어넘는 반추작용은 구심력까지 갖고 있어서 기억을 끌어당기고 놔주는 데 능수능란하다. 과거의 어떤 사건을 되새김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 반추작용은 삶의 거울과 같은 역할을 맡는다. 기
이병초   2020-01-28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16. 겨울밤2 - 이봉명
겨울밤 눈을 떠봐도 감아보아도 산밖에 안 보이는 곳, 전북 무주군에서 이봉명 시인은 꿀벌을 치며 산다. 누가 자신을 보든 말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시의 보폭을 넓혀간다. 지면을 얻고자 꾀똥 누거나 소맷동냥하기에 바쁜 이들을 준엄하게 꾸짖는 것 같다
이병초   2020-01-21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15. 노숙 - 김사인
노숙시는 소통을 원한다. 소통의 대상이 사람이든 자연이든 관계없다. 이 시는 노숙인을 통하여 문명에 소외된 삶의 일부를 끌어안고 말을 건넨다. 공원의 벤치 밑이나 지하철역 계단 등에 종이박스를 깔고 아무렇게나 구부러져 있는 노숙인들. 전직이 무엇인지
신현영 기자   2020-01-15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14. 詩 - 송기원
그대 언 살이 터져 詩가 빛날 때대학을 졸업하고도 공사판을 떠돌았다. 일용직 잡부였던 나는 신발이 변변치 않아서 발바닥에 못이 찔리기 일쑤였다.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각목 밖으로 삐져나온 못들은 내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양발을 벗고 피 묻어나오는 발바
이병초   2020-01-08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13. 기차 - 안도현
기차 기차는 오늘도 달린다. ‘뿡뿡’ 소리를 내며 철길을 달린다. 기차는 두 줄로 놔진 철길을 배반했거나 탈선한 적이 없다. 기적소리처럼 뿡뿡하고 울음소리는 냈을지라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오갔을 터이다. 낮과 밤이 교차되듯 수많은 날이 지나갔어도, 순
이병초   2020-01-02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12. 노루 - 정동철
노루 눈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지금쯤이면 함박눈이 펑펑펑 두세 번은 내렸어야 옳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싸락눈조차 내리지 않는다. 하늘의 일을 삐뚜루 바라보며 들먹일 계제가 나는 못 된다. 하지만 눈으로 온통 뒤덮인 눈부신 아침을 파먹듯 비스듬한
이병초   2019-12-26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11. 생은 아름다울지라도 - 윤재철
인간사와 관계없이 자연 생태는 제 나름의 질서를 지키면서 생멸한다. 계절을 따라 새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 자연 생태의 부분인 인간의 몸도 이 질서 속에서 오늘을 산다. 하루도 쉽지 않은 인간사에 시달리면서도 몸은 제 할 일을 묵묵히 추린다
이병초   2019-12-19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10. 열꽃 - 전홍준
열꽃 전홍준 시인. 당신의 시를 읽으면살맛, 말맛이 납니다.말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절실함도 없이그냥쟝 나열된 시의 엄숙성, 진지성, 심각성을단번에 털어내버린 시의 어법은메신저와 SNS로 박음질당하다 못해거기에 유폐되다시피 한 시들이 매료될 법한언어 미
이병초   2019-12-12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9. 꽃의 자술서 - 신정일
시는 감춤의 미학을 옹호한다. 주제의식을 강하게 피력할 이유가 없는 한 시적 상황을 굳이 설명하지는 않는다. 시의 기본에 해당되는 이 전제가 시 질서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아니다. 시가 가진 다양한 장치와 신축성은 놀랍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이병초   2019-12-05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8. 길들여지지 않는 시
길들여지지 않는 시 시인은 자신의 일상과 밀착된 것을 형상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가장 잘 알고 있다는 함정은 시적 객관화의 실패로 이어지기 일쑤인데 시의 주된 대상이 자신의 몸일 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이병초   2019-11-28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이병초의 '맑은 시비평'>7. 빈집2 - 문태준
다섯 개 문장과 두 연으로 짜인 짧은 시. 제목은 '빈집' 이지만 이 시는 독자가 마음 속에 품고 사는 고향집을 떠올리게 하는 놀라운 현상을 보여준다. 화자가 빈집에 들어서서 들려주는 목소리는 소박하고 차분하다. 가까운 친구에게 속내를
이병초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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