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제품 선호의 일맥상통(一脈相通)

어머니 생신을 맞이해 가족끼리 오붓하게 식사하기 위한 식당을 고르다가, 평상시에 어머니가 잘 가시지 않는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파스타와 스테이크 등을 파는 레스토랑인데, 필자도 해당 레스토랑의 메뉴를 잘 몰라 인터넷으로 검색을 미리 해보았다.

블로그 등의 인터넷 검색에서는 레스토랑에서 먹으면 좋은 메뉴들을 추천했는데, 신기하게도 동일 메뉴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정말 맛있는 음식이라서 네티즌들이 추천한 줄 알았지만, 조금 더 살펴보니 가격 대비 양이 많거나 요즘 유행하는 음식이라 추천한 메뉴였다. 

우리 식구는 레스토랑에 방문해 인터넷에서 여러 사람이 추천한 메뉴를 시켰으며,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여러분들도 필자와 비슷한 경험을 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처음 방문한 식당에서 메뉴를 잘 모를 때, 메뉴판에 적힌 추천 메뉴를 시키거나 다른 사람들이 식사하고 있는 메뉴를 그대로 시키게 된다. 아니면 종업원에게 ‘이 식당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무엇인가요?’를 물어봐 종업원 추천을 통해 메뉴를 선택하는 것도 같은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현재 많이 소비하고 있는 상품에는 가격, 필요성 등을 따져 합리적인 소비를 적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동일하게 소비하는 경향을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고 한다.

밴드왜건의 유래는 1848년 미국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후보인 재커리 테일러(Zachary Taylor)는 마차(Wagon)에 밴드(Band)를 실어 요란한 음악 연주를 하는 선거 유세 방법을 이용했다. 신기하게도 마차에서 음악 연주를 하면 군중이 별생각 없이 덩달아 뒤를 졸졸 따르는 모습이 연출되었고, 이런 유세 방법을 이용해 테일러는 12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후 정치인들에게 테일러의 대선 승리는 마차를 동원한 선거 유세 효과 덕분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많은 정치인이 마차를 동원한 선거 유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여기서 비롯된 말이 밴드왜건으로 현재에는 ‘편승(便乘)’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상품 구매에 있어 밴드왜건 효과는 ‘다른 사람들도 사니깐 나도 사고 싶어.’라는 충동에서 나타난다. TV 홈쇼핑에서 매진이 임박했다거나 쇼핑 시간이 끝나간다는 진행자의 안내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빨리 구매하려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더군다나 한정판 상품이라는 사실을 추가로 알게 된다면 구매 욕구는 더욱 높아지고, 마케팅 기법에 영향을 받은 소비자들은 필요성과 상관없이 지갑을 열게 된다.

지금은 그 인기가 많이 사라졌지만, 포켓몬 빵 안에 들어있는 스티커를 얻기 위해 판매점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비싼 가격에 스티커를 되파는 사회적 현상이 나타난 것도 밴드왜건을 이용한 마케팅의 성공 사례이다.

밴드왜건 효과가 소비자들 사이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면 유행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하이볼(highball)’ 주류문화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위스키와 같은 높은 도수의 증류주를 소다수로 희석한 술이라, 도수가 높은 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음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볼의 인기로 인해 롯데마트의 위스키 품목의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는 2021년에 무려 300%로 나타났으며, 2022년에는 60%를 보였다. 그리고 홈플러스에서도 위스키 품목의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2021년에 30%, 2022년에 39%를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는 하이볼 즉석 음료도 팔고 있다. 각 편의점의 하이볼 음료 종류를 합치면 20개가 넘는다고 하니,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에 대응하는 기업의 속도는 정말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일맥상통(一脈相通)은 ‘사고방식이나 성질 등이 두 대상 간에 서로 통하거나 비슷해짐을 의미’한다. 결국, 소비자의 선호도는 개인적인 성격과 취향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소비자의 특성으로 인해 기업에서는 매력을 가진 상품을 개발하고, 최대한 대중화에 맞춘 판매전략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 방식을 파악하기가 어려워, 불필요한 소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여러분들은 오늘 ‘밴드왜건 효과’라는 소비자들의 편승 구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제품을 구매할 때 다른 사람들의 구매로 인해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모습이 아닌, ‘정말 필요해서 사는 것인가?’를 생각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소비자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 서문교 성균관대학교 객원교수

글쓴이 서문교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및 글로벌창업대학원 객원교수이며, 한국경영교육학회 상임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