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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가 읽은 시> 7. 명함 -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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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01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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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명함 / 함민복    

자본주의의 명함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자유롭게 경쟁하여 많은 지폐를 확보한 기업은 승자이고 경쟁에서 남에게 뒤져 확보된 화폐의 양이 적은 기업은 패자로 취급된다. 회사가 사회를 위해 얼마나 기여했는가, 회사의 경영방침이 무엇인가, 회사가 종업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는가 등은 일단 논외이다.

우선은 이윤의 크기로 평가된다.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면서 많은 소음을 야기하더라도 기를 쓰고 이윤에 목을 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업원의 안전을 위해 소비자의 건강을 위해 신경 쓸 여유는 없어도 비용절감을 위한 방안이라면 두말없이 따라가려 하는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새들의 명함은 울음소리다

 

경계의 명함은 군인이다

 

길의 명함은 이정표다

 

돌의 명함은 침묵이다

 

꽃의 명함은 향기다

 

자본주의의 명함은 지폐다

 

명함의 명함은 존재의 외로움이다

 

-함민복, 「명함」, 전문

 

시인의 말에 의하면 자본주의의 명함은 지폐(紙幣), 즉 종이돈이다. 지폐의 크기를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는 모양이다. 개인의 판단기준도 마찬가지 아닐까? 돈이 많은 사람은 높게 평가되고 돈이 없는 사람은 낮게 평가될 수 있다는 말이다.

맑은 곳에 살면 아침에 새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일어나 바라보지 않아도 울음소리만으로 그 새가 어떤 새인지 판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새의 명함은 울음소리이다. 길을 가다 곳곳에 새겨진 이정표를 볼 수 있는데 이정표가 곧 길의 이름을 새긴 것이므로 길의 명함은 바로 이정표이리라. 꽃은 향기로 자신의 이름을 대신할 수 있기에 꽃의 명함은 향기이다.

이렇듯 모든 사물이 다 명함을 가지고 사는 셈이다. 자본주의(資本主義)는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자유경쟁이 가장 주된 요소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며 이윤의 크기는 화폐액으로 평가된다. 화폐의 양은 종이돈 즉 지폐 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화폐로도 표시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자본주의의 명함이 지폐에서 다른 것으로 바뀔 날을 기대해본다. 요즈음은 윤리적 소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린(green)경영 등 여러 가지 모습이 기업에 반영되어 평가의 척도로 제시된다. 제품가격이 저렴한 이유가 후진국 근로자들을 착취한 결과라면 이런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윤리적 소비’의 핵심이다. 어려운 이웃에게 따스한 손을 내미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더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어 많이 팔린다고 한다. 즉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이윤극대화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지폐의 크기를 보고 평가되는 지본주의 속성이 이젠 바뀌어야 하며 바뀌어 가는 중이다. 자본주의 명함에 지폐 이외에 다른 많은 요소가 포함되기를 바란다. 사랑과 배려가 함께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 최영한 전 웅지세무대 총장

 

   
글쓴이 최영한 전 총장은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했다. 경제학 박사이며 웅지세무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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