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체리슈머와 체리피커의 척촌지리(尺寸之利)

최근에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들이 있어서 어수선한 주변을 정리할 겸 여행상품을 알아보고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했던 해외여행을 가자는 가족들의 의견이 있어 가까운 외국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해외 이용 특화 카드 서비스들이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도 전월 실적이 없어도 환율 우대를 100% 해주고, 해외 ATM 인출 수수료 무료 혜택인 카드가 있어 바로 신청을 했다.

신청 이후에 조금 더 정보를 살펴보니 여행, 면세점 영역에서 10만원 이상 결제 시 2만원 할인 기프트 서비스를 영역별로 연 3회에 걸쳐 1회씩 제공하는 카드도 있고, 해외에서 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수수료가 면제되는 카드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혜택이 있는 카드 상품에 대한 정보를 뒤늦게 알았다는 것도 잠시, 또 다른 새로운 정보들을 알 수가 있었다. 

호텔을 예약할 때 무료 취소 기간이 있어 여행자들이 호텔을 1개만 예약하는 것이 아니라, 특가가 나오는 경우 무조건 예약해서 자신이 원하는 가장 좋은 호텔을 선택해 여행을 간다고 한다. 물론 예약한 나머지 호텔들은 무료 취소 기간에 취소를 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손해 없는 예약이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비행기표 예매에 대한 방법, 공항 면세점에서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정보들이 있었다. 물론 필자는 모든 사항에 대한 정보를 일일이 살펴보기 어렵기에 무시하고 넘어가는 사항도 있었지만, 수많은 여행객이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 여행을 준비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마케팅에서 이와 같은 소비자들을 체리슈머(cherry-sumer)라고 한다. 체리슈머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정된 자원을 이용해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체리슈머를 목표로 하는 마케팅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인 수박이 요즘에는 1통 기준 판매가 아닌 반 또는 1/4 조각으로 나눠 판매하고 있다. 캔맥주도 기존의 500ml 포장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355ml나 가볍게 마시기 좋은 250ml의 소용량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소비자는 원하는 양에 맞는 구매가 가능하고, 생산자는 재고 및 포장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배달앱에서도 비용을 나누어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방법을 찾을 수가 있는데, ‘함께 주문’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존의 배달앱에서는 한 주문 한집 배달을 원칙으로 빠른 배달을 전략적 요소로 선택했었지만, 배달비의 부담감이 큰 소비자들을 위해 배달비를 여러 사람과 나누어 비용을 절감시키는 전략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넷플릭스와 같은 OTT 제공업체가 매달 결제 비용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장기 계약이 아닌 단기계약 방식을 통해, 필요 없는 구독 서비스는 과감히 해지하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결제해 사용하는 전략도 체리슈머를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체리슈머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자신의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실속을 챙기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하지만 체리슈머라는 어원에서의 체리피커는 부정적인 의미의 소비자이다. 체리피커란 케이크에 올려진 체리만 골라 먹는 행위로, 구매는 하지 않고 혜택만 챙기는 얌체 소비자를 말한다. 

체리피커의 사례로는 카드 발급 시 제공하는 혜택만 챙기고 카드는 사용하지 않거나,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에서 무료 반품을 이용해 사용한 제품을 반품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식당이나 기업에서 SNS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체리피커는 해시태그나 인증샷을 업로드 한 후에 이벤트 선물만 받고 삭제하기도 한다.

척촌지리(尺寸之利)란 ‘얼마 되지 않는 약간의 이익을 의미’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한다.

물론 체리피커와 같이 상품 구매나 서비스 이용과 같은 본래의 기능에는 관심이 없고, 단순히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혜택이나 유통구조 등의 허점을 찾아내 실속을 차리는 소비자들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나쁜 소비자라고 지칭하기는 어려우며, 기업은 체리피커의 모니터링을 통해 마케팅과 관리 방식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또한 체리슈머와 같이 냉철한 자신의 판단을 통해 소비행위를 하는 소비자는 경기 하락과 물가 상승의 환경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체리슈머에 맞는 다양한 전략적 대응도 필요하다. / 서문교 성균관대 객원 교수

글쓴이 서문교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및 글로벌창업대학원 객원교수이며, 한국경영교육학회 상임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