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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가 읽은 시> 5. 자본주의 - 윤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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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2.15  16: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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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자본주의  / 윤재철

 

시의 제목인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며 영리추구가 가장 큰 목적이다. 소비자는 같은 가격이라면 효용극대를 추구할 것이며 기업은 이윤극대를 추구할 것이다. 생산의 주체인 기업이 소비자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늘 시장조사를 하는 것, 소비지의 수요가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일은 아니다.

 

맥주 한 잔 마시는데

열 살 난 딸아이가 저도 심심한지 끼어든다.

아빠 맥주는 무얼로 만들어

보리로 만들지 보리 맥자 술주자 맥주다

그럼 맥콜할 때 맥자도 보리 맥자야

그렇겠지

내가 참 좋아하는 음료순데 왜 요새 슈퍼에서 안 팔아

안 만드니까 안 팔지

왜 안 만들어

사람들이 안 먹으니까

왜 안 먹어

유행이 지났으니까

왜 유행을 만들어

팔아 먹으려구

왜 팔아

상품이니까 팔아 돈 벌려구

왜 돈 벌어

먹구 살려구 그러지 너는 그것도 모르냐

회사하는 사람들은 돈이 많잖아

야야 그만 술 좀 마시자

그제야 딸 아이는 오징어 다리 하나 집어 들고 물러난다

 

- 윤재철, 「자본주의」, 전문.

 

어린 딸아이는 슈퍼에서 맥콜을 팔지 않는다는 사실이 궁금하다. 생산하지 않으니 판매할 수 없다. 사람들 수요가 없으니 생산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사람들이 먹지 않는 이유는 유행이 지났기 때문이란다. 유행은 소비자 수요의 결정요인에 해당된다. 어떤 제품이든 유행을 타면 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져 수요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딸아이가 좋아하는 음료는 유행이 지났다.

생산자는 판매 가능한 제품이면 생산하려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윤리, 도덕 등은 뒷전이고 일단 돈을 벌 수 있다면 생산에 돌입한다. 기업은 생산하고 판매하여 매출이 있어야 그 수입으로 종업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세금은 물론 건물운영비용, 공과금, 각종 성금 등을 납부해야 한다. 이래저래 욕을 먹는 기업도 사실은 쉬지 않고 생산 활동을 해야 먹고살 수 있으므로 소비자와 입장이 크게 다를 바 없다.

맥콜을 좋아하는 딸아이, 자신과 같은 선호를 가진 사람이 많다면 슈퍼에서 맥콜을 쉽게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맥콜을 대신할 수 있는 음료가 많아지면서 맥콜이란 제품은 사라졌으니 이를 어쩌냐. 소비자 수요가 없으니 공급이 수반될 수 없고 따라서 상점의 매대에서 그 물건을 찾기는 어렵다. 이제 우리의 딸 아이는 아빠의 맥주 안주인 오징어 다리 한 개 들고 만족해야 한다. 아빠는 딸내미의 질문 공세에서 벗어나 시원하게 맥주 한 잔을 들이켰을까. 제목 밑에 “우연한 대화”라고 부제가 붙어 있다. / 최영한 전 웅지세무대 총장

 

   
글쓴이 최영한 전 총장은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했다. 경제학 박사이며 웅지세무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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