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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판매자 가격전략의 포전인옥(抛塼引玉) - 서문교의 '소비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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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15  12: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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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판매자 가격전략의 포전인옥(抛塼引玉)

 

오랜만에 필자의 집에서 가족 모임을 한다고 해서 대청소를 하고 있는데, 책상 구석에서 낡은 카메라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20년 전 중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상하이 까르푸 매장에서 구매한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3만원 정도로 판매한 카메라였는데, 너무 싸서 고민도 없이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작동은 잘되고 있지만, 필름을 판매하는 곳이 매우 적어 자주 사용하지 못해 아쉬움이 큰 카메라이다.

솔직히 당시에는 이렇게 오래 사용할지 모르고 쉽게 구매했다. 매장 측에서 단순하게 가격 오류 또는 폭탄세일로 싸게 판다고만 생각했었고, ‘가짜 제품인가?’라는 의심과 함께, ‘고장이 나면 버려도 괜찮아.’라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구매한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같이 카메라 가격을 낮추고, 제품 사용에 필요한 필름과 같은 부제품의 가격을 비싸게 판매하는 방식을 종속제품 가격전략(captive product pricing)이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 종속제품 가격전략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제품은 프린터로, 프린터는 인쇄하는 잉크가 없으면 사용 불가능하다. 이를 이용해 제조사는 프린터를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많이 공급하고, 프린터 잉크는 비싼 가격에 판매해서 이윤을 남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기, 먼지를 제거해주는 공기청정기, 아버지가 매일 사용하는 면도기도 동일 가격 방식을 적용한 사례로, 소모품에 해당하는 부제품이 없으면 사용 불가능한 제품들은 대부분 종속제품 가격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종속제품 가격전략을 사용한 주제품은 내구성이 높아야 한다. 주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면 부제품도 수요가 없어, 최대한 오래 사용하게 만들어야 부제품으로 많은 이윤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싼 가격에 구매해서 좋아했던 폴라로이드 카메라도 이런 이유로 오랜 시간 동안 문제없이 잘 사용하고 있으며, 덕분에 지금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준 고마움 제품이 되었다.

한편, 가족 모임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몇 년 전 가족 한 분이 전통시장에서 1,000원에 5개라고 가격이 붙여져 있는 버섯을 200원을 주고 1개만 사려고 했더니 판매자가 화를 냈다는 내용이었다. 판매자의 반응에 당황스러워 ‘개당 200원의 버섯을 1개만 사는 것이 잘못된 건가요?’라고 따졌는데, 판매자는 그 가격에 안 판다고 해 결국 사지 못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연히 억울할 만한 상황이지라고 생각했지만, 판매자도 나름 화를 내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버섯 판매자는 묶음가격전략(bundle pricing)을 적용한 것으로, 묶음가격전략이란 제품과 선택사양 등을 묶어 하나의 가격으로 제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수입 맥주 판매할 때, 1개에 3,000원에 판매하는 맥주를 4개에 10,000원에 판매해서 개당 가격보다 낱개를 묶어서 구매하면 싸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인터넷과 TV, 세탁기와 건조기와 같은 결합상품도 묶음가격전략을 선택한 방식으로 당연히 사람들은 낱개 구매보다 가격이 저렴한 묶음으로 구매해, 필요보다 더 많은 추가 구매를 하게 유도한다. 이렇듯 대량의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묶음가격전략은 판매자의 재고 소진의 목적이 커서 묶음 구매 시 싸게 판매하는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소비자의 가격 선택권이다.

과거의 소비자들은 판매자가 정한 가격에 맞춰 저렴한 상품 구매에 노력을 기울였으나, 최근의 소비자들은 가격도 스스로 선택해서 구매하기를 원한다. 가격 결정 역시 고객 경험의 일부분으로 쿠폰의 적용으로 인해 할인을 느끼는 기분을 가격 선택을 통해서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버섯을 판매한 시장 상인이 수입 맥주 판매처럼 개당 가격과 묶어서 판매했을 때의 가격을 같이 명시했다면, 서로 간의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포전인옥(抛塼引玉)은 ‘좋아 보이는 미끼로 유인책을 제시한 뒤에 여기에 속은 어리석은 적을 쳐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한다는 작전이나 전술을 의미’한다. 오늘의 내용처럼 우리 주변에는 고객을 현혹하는 다양한 가격 방식이 있으며,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쉽게 속아 합리적인 소비가 어려워지게 만든다.

특히, 최근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부쩍 오른 물가에 양 많고 저렴한 대용량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일반 마트 대신 도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생필품도 대용량으로 구매해 가족·친구들과 나눠 쓰는 현시기에 종속제품가격과 묶음가격은 자칫하면 소비자들의 불필요한 소비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 서문교 성균관대학교 객원교수

 

   
글쓴이 서문교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및 글로벌창업대학원 객원교수이며, 한국경영교육학회 상임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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