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사람들은 오랜만에 선거다운 선거를 하게 생겼습니다. 능동적 선택권을 행사 할 수 있는 선거는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북은 항상 민주당의 아성이었습니다. 욕하면서도 민주당만 찍었습니다. 민심이 달리 선택할 길을 찾지 못했었죠.

이번 4.13 총선은 야권이 양분되면서 다른 양상이 될 거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권 통합을 얘기하고 있지만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거고요. 이대로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물론 새누리당이나 정의당 등 다른 정당도 있고, 그들 나름 야권이 분할되면서 ‘어부지리’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니 희망도 커졌을 것입니다.

선거판이 형성되고, 가열되다 보니 서서히 네거티브 선거 운동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나를 내세우기보다는 상대를 깎아내리는 방식입니다. 네거티브 선거 운동도 상대방의 정책을 반박하는 수준이라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현실은 상대방 약점 잡기와 헐뜯기, 흑색선전 등으로 나타납니다.

선거 때마다 포지티브 선거를 해야 한다고 캠페인을 벌이는데도 네거티브 선거 운동이 고개를 드는 이유는 뭘까요...? 간단합니다. 표 싸움에서 네거티브 전략이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선거에서는 자신의 표를 끌어올리는 것보다 상대방의 표를 깎아 내리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강찬구 전북포스트 발행인

실제 선거 운동 현장에 나서면 표를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후보가 새벽부터 밤까지 뛰어도 유권자들은 잘 모릅니다. 관심도 크지 않고, 한두 명이어야 기억하죠. 벌써 일부 선거구는 예비후보가 10명에 육박합니다. 유권자들은 후보를 일일이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후보 진영에서 차선으로 상대방의 표를 깎아 먹는 전략을 생각하는 겁니다. 상대방을 이탈한 표가 내게로 오건 말건 차치하고, 상대방 표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당선 확률은 높아집니다. 정치는 셈법이라고 재차 말씀드렸습니다. 내가 한 표라도 많으면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3명의 후보가 나선 가운데 2위와 3위가 같은 성향을 가진 후보들입니다. 셋이 붙으면 지지만 둘이 합치면 이기는 선거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어떡해야 할까요...? 당연히 뒤처진 두 사람이 당선되는 방안을 모색할 것입니다. 그래서 선거 막판에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후보를 주저앉히는 것은 선거법 위반입니다. 스스로 그만 두면 별 문제 없습니다. 길은 찾기 마련이니까요...

네거티브 전략은 주로 ‘구전홍보’로 이뤄집니다. 현실적으로 선거에서 가장 먼저 운영하는 전략이 ‘구전홍보단’입니다. 말 그대로 입으로 전파하는 방식입니다. 불법이고, 일정 조직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예전에는 아주머니들을 동원해 택시를 타고 다니며 상대방 후보를 '씹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보다 치밀합니다.

식당처럼 사람 많은 곳에서 큰 소리로 선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를 찍어 달라고 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지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 아닙니다. 특정 후보를 띄우거나 특정 후보를 깎아 내리는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 가운데는 의도적인 목적을 갖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사람 심리가 참 묘해서, 엿들은 것을 더 신뢰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듣지 않는 척 하지만 관심 있는 사람은 귀를 엽니다. 이 사람들이 그 말을 가지고 다른 자리에 가서 자신의 것으로 포장해 얘기를 합니다. 말은 그렇게 부풀려 지면서 확산됩니다.

여담으로 ‘선거의 귀재’로 불리던 엄창록이라는 인물에 대해 얘기를 좀 할까 합니다. 우리 선거사에서 60-70년대를 풍미한 인물로 꼽힙니다. 그의 선거 전략은 치졸하긴 하지만 효과는 컸습니다. 그나마 서슬 퍼런 독재 시절에 DJ를 위해 일했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엄창록의 전략은 주로 상대 후보를 사칭한, 전형적인 네거티브 선거 운동 방식입니다. 그가 실전에서 활용한 방식을 소개하자면,

▲유권자를 찾아가 상대방 후보 선거운동원이라며 돈 봉투를 준 뒤 다시 찾아가 잘못 전달됐다며 되돌려 받기 ▲지프차로 보리밭을 짓이겨 놓고 상대방 후보 선거 차량인데 고장이 났다고 둘러댄 뒤 도망치기 ▲상대방 후보의 유세장에 나오면 돈 봉투를 준다고 선전해 놓고 헛걸음시키기 ▲상대방 후보가 주는 것이라며 기분 상하게 적은 액수의 돈 봉투 돌리기 ▲상대방 후보 명의로 음식점에 많은 자리를 예약해 놓고 ‘펑크’내기 ▲상대방 후보 명의로 동네 두 세집에만 돈 봉투를 돌리고 온 동네에 소문내기 등...

물론 요즘 세상에 이런 일이 발각됐다가는 남아나질 못합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라고 둘러댈 수 있지만 지금도 현장에서는 응용되는 전략입니다. 은밀하게 이런 일들이 기획되고 실천되고 있다고 봅니다.

이 전략에 말려들어 상대방 후보는 자신도 모르는 새 유권자들에게 ‘싸가지’로 낙인찍히게 된 것입니다. 전편에서 말씀드렸듯이 선거에서는 ‘싸가지’에 말리면 처방전이 없습니다. 속수무책이 됩니다.

‘흑색선전’을 뜻하는 ‘마타도어’는 스페인 투우의 ‘마타도르(matador)’에서 유래했습니다. ‘마타도르’는 투우장에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입니다. 가장 화려하게 치장하고 나타나 소의 숨통을 끊는 역할을 합니다. ‘피카도르(picador)가 먼저 나와 소를 지치게 한 뒤 ’마타도르‘에게 칼을 넘깁니다. ’마타도르‘는 ’회심의 일격‘으로 소를 주저앉힙니다.

‘마타도어’는 항상 유권자를 노립니다. 유권자가 평정심을 잃을 때 회심의 일격을 가하는 것입니다. 마타도어에 한번 홀리면 선거는 중심을 잃게 됩니다. 유권자가 정신 차리고 마지막까지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 강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