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의원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지금 순창에서 깊은 고뇌에 빠져 있을 겁니다. 설날 지나면 어떤 길이든 입장 표명이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그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총선에 나온다고 봅니다. 국민의 당이 될지, 무소속이 될지는 아직 명확히 진단 내리기 어렵지만 독자 행보 쪽에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정치적 상황, 정치적 행위라는 것들이 겉으로는 돌발적인 것처럼 비쳐지지만 사실은 날줄과 씨줄이 얽혀 있습니다. 정 전 의원은 지금 배신감에 씁쓸할 겁니다.

지난 주말에 그의 운신을 놓고 구설이 있었는데요, 그건 언론이 오버했거나 숨은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제가 법원 판결에서 행간을 잘 보라고 자주 말씀 드리는데, 신문 기사에서도 행간을 잘 보세요.

“000에 따르면...”, 그리고 “알려졌다.” “전해졌다.” “추정된다.” “예고하고 있다.” 등등 어미를 단정 짓지 않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건 ‘팩트’가 아닙니다. 문장 그대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알려진 건 알려진 것이고, 전해진 것은 전해진 것이고... “확인했다.” 등 단정 짓는 어미는 기자가 그걸 확인했거나 증거를 갖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강찬구 인터넷신문 ‘전북포스트’ 발행인

정 전 의원은 지난 1월 25일 정치 복귀의 시점으로 잡았을지 모릅니다. 이날 출발은 아니어도 최소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았습니다. 9개월만에 처음 대처에 나온 것이니... 하지만 그날 아침에 국민의당과 국민회의는 합당을 선언합니다. 정 전의원과 협의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함께 갈 마음이 있었으면 사전에 협의를 하는 게 당연하죠...?

그날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합당을 발표한 시점입니다. 하필 정 전 의원의 강연을 앞두고 초를 쳤을까요...? 사전 협의가 있었다면 정 전의원이 늦춰 줄 것을 요구했을 겁니다. 아니면 자신이 그걸 발표하는 역할을 했을 수도 있고요. 강연 전날까지만 해도 그는 국민회의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다시 순창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정 전의원이 지금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은 사실입니다. 야권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놓쳤습니다. 순창에서 감자 싹틔우는 데 몰두하다 자신의 정치 싹을 틔우는 때를 놓친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최소한 전북에서는 부정할 수 없는 맹주입니다. 아직도...

정 전의원이 현재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길은 네 갈래입니다. 더민주당으로 복귀, 국민의당 합류, 무소속 독자 행보, 총선 포기.

더민주당으로의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문재인 대표에게 말한 것처럼 너무 멀리 왔습니다. 지난 주말 기사가 마지막 불씨마저 꺼버렸습니다. 그런 말까지 나왔는데 가서 공천을 받겠습니까...? 길이 잘렸습니다.

총선을 포기할까요...? 이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정치를 포기하지 않은 이상 세상 속으로 나서겠지요. ‘감자’는 ‘가위, 바위, 보’ 승부를 위한 전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의 ‘백수론’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저도 신문사가 문을 닫으면서 백수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요, 백수는 다 백수입니다. 다만 급이 다를 뿐이죠. 장관급 백수, 국회의원급 백수, 기자급 백수. 백수가 되면 누구나 허전하고 처량하고 서러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찾는 이 없고... ‘백수무료’. 그래서 누구든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합니다.

국민의당 합류냐, 무소속 독자 행보냐를 놓고 깊은 고심을 하고 있을 겁니다. 국민의당에 가는 것은 좀 궁색하지만 그래도 국회의원이 되는 가장 쉬운 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체면은 버린 상태고, 주도권을 쥐기에도 늦었습니다. 전북에서조차, 새정연 도당 위원장 출신이 버티고 있어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모양새가 좀 그렇습니다. 또 그들이 정 전의원을 원하는 지도 모를 일이고요. 엊그제 합당 과정을 보면 그를 배제한다는 느낌도 좀 있습니다.

결국 현실적으로 무소속 독자 행보가 유력한데요. 여기에도 만만치 않은 걸림돌은 있습니다. 혼자 국회의원 되겠다고 나서는 길은 아니니 전북 전체에 자신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있어야 하고, 선거 자금도 있어야 합니다. 불안감과 초조함 한편에 자신감도 있을 겁니다. 세력과 자금만 만들어지면 명분과 실리를 찾는 길이라고 봅니다.

이런 형국이어서 순창의 한숨이 깊어지는 겁니다. 정 전 의원의 행보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차기 지방선거와 깊이 연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얘기하겠습니다. / 강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