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를 살리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치를 개혁하겠습니다.” “사드 군산 배치를 막겠습니다.”

선거 구호가 거창합니다. 거시적 명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선거 후보자들이 내건 구호의 10%만 실현됐어도 대한민국은 달라졌을 겁니다. 10년이 가고, 20년이 가도 구호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전주는 여전히 죽어 있고, 대한민국 정치는 아직 개혁되지 않은 겁니다.

제가 보기엔 초보 정치 후보들의 구호가 더 거창한 거 같습니다. 상대 앞에서 깃을 세워 몸집을 커보이게 하는 동물들처럼, 인물이나 지명도에서 약한 부분을 거창한 구호로 위장하려는 것 같습니다. 설마 유권자들이 이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죠...?

강찬구 전북포스트 발행인

선거는 무엇보다 이성적인 판단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감성적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북풍이 일고, 지역감정이 불붙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입니다. 선거는 민도를 반영합니다. 국민의 수준이 정치의 수준이고, 정치인의 수준입니다.

후보들이 할 수 있는 것만 내세우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하고, 지역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후보들이 선거를 위한 공약을 만들고, 하지도 못할 거창한 명분을 내세웁니다. 구호나 공약만 봐도 후보의 자질이 짐작됩니다.

정치는, 선거는 사람을 얻는 일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사람을 얻는다는 것은 그의 마음을 나에게 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요...? 거창한 구호나 인물, 경력일까요...? 아닙니다. 저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선거 기간에 진정성으로 승부할 시간이 없다고 타박하시겠지만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한방에 전세를 뒤집고 싶으시겠지만 쉽지 않습니다. 국회의원 시켜주면 일하겠다고 사정하지 말고, 일을 먼저 하고 난 뒤에 표를 달라고 하는 게 순서입니다.

유권자들이 모르는 거 같지만 다 압니다. 유권자들은 이미 수많은 선거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후보들의 말에 좀처럼 현혹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후보들의 머리 위에 앉아 있습니다. 엊그제 시골에서 만난 한 노인이 이런 말씀 하시대요. “갑자기 나타나서 표 찍어 달라믄 찍어 주간디...” 선거 때만 나타나는 인물들에 대한 비아냥입니다.

요즘 선거 운동으로 SNS가 대세인데요, 여기야 말로 진정성이 생명입니다. 비서를 시켜 후보가 길거리에서 인사하는 선거 운동 사진을 올리고, 좋은 정책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밝히지만 그걸 믿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는 그냥 지나가는 인사치레라고 생각하세요. 후보에게 위안은 될지 모르지만 유권자와 소통한 것은 아닙니다.

천편일률적인 선거 운동 사진 말고, 진정성을 담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비서가 글 쓰는 거 다 보입니다. 글에는 냄새와 색깔이 있다고 자주 말씀드리는데요, 글 보면 다 티 납니다. 정치판에 대한 불신이 깊은데 감정까지 남의 것을 빌려야 하나요...? 한 줄이라도 진정성을 담아내면 통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애정을 갖고 있는 후보에게는 “한마디라도 마음을 담아서 글을 올리세요.”라고 별도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자기 자랑만 하지 말고 유권자에게 울림을 주세요. 세상 사람들은 남의 자랑 듣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힘들다.’ 한마디만 해도 알아듣는 사람은 알아듣습니다. 숙제 하듯이, 선거 운동한 글을 올리고 ‘좋아요’를 기다리는 거. 그걸로 됐다 싶으시겠지만 오산입니다.

SNS를 통해 선거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으면, 직접 진솔하게 소통하라고 후보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예비 후보로서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예비후보가 명함 들고 아무리 길거리를 방황해도 알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SNS를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선거에서 치명적인 독이 ‘싸가지’입니다. ‘싸가지’의 그물에 걸리면 그 선거는 망합니다. 선거는 죽고 사는 경기여서 서로가 상대의 급소를 노리고 있습니다. ‘싸가지’를 빌미로 한 무차별 공격을 막아내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진정성 없이 엉뚱한 말을 해서 '설화(舌禍)'를 입는 겁니다.

선거는 이성이 아닙니다. 감성입니다. 설득하려 하지 말고 마음을 붙잡으세요. 사람들은 가르치려 들거나 설득하려는 것에 대해 사회적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말 잘 들으라.’고 배워왔지만 크면서 ‘말 잘 듣는 게 손해’라는 인식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말을 잘 안 듣습니다. 가르치려 들지 마시고 배우려는 자세로 소통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 강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