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돈 안 쓰는 선거가 가능할까요...? ‘깨끗한 선거, 공정한 선거’를 외치는 것은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반증일 겁니다. 제가 누차 얘기하듯이 ‘지향점은 현실의 대척점’입니다.

유권자의 표를 얻어서 1등을 해야만 하는 선거의 속성상, 돈 안 쓰는 선거는 쉽지 않습니다.

돈 없이 선거에 나서는 것은 무모합니다. 아무리 돈을 쓰지 않는다 해도 불가피한 비용이 있습니다. 남의 돈으로 선거를 치러 당선됐다면 그건 비극의 시작이겠죠... 세상에 공짜 없습니다.

내가 지원한 사람이 권력을 갖게 되면, 그걸 어떻게든 이용하려는 게 사람 마음이죠. 처음부터 그런 생각으로 지원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나중에 선거 과정의 약점이라도 들고 나오면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강찬구 전북포스트 발행인

선거에 나서면 돈 쓸 일 천지입니다. 일단 사무실을 구해야겠지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는 목 좋은 곳에... 건물도 커야 합니다. 현수막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입체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공직선거법 60조 3항에 따르면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소를 둘 수 있고 현판과 간판, 현수막을 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크기나 매수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큰 건물이 필요한 겁니다.

선거사무소 외곽에 거는 현수막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선관위 공시 가격은 1㎡당 1만2천원입니다. 전주 같은 지역은 선거기획사에서도 이 가격을 부른답니다. 여기에 현수막을 걸기 위해 대형 크레인이 필요합니다.

건물에 내걸린 현수막은 멀리서 보기 때문에 그다지 커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엄청나게 큽니다. 인쇄 상태, 크기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300만원에서 1천만원까지 들어간다고 합니다.

사무실에 집기도 들여놔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컴퓨터입니다. 구입하는 방법도 있고, 일시 빌려서 쓰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요. 내부에 현수막도 걸고, 정수기 등 이런저런 집기들이 필요합니다. 후보가 선거 운동에 쓸 수 있는 명함도 제작해야 하고...

선거를 하려면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스핀 닥터’라고 불리는 선거 기획자도 있어야 하고, 회계담당자도 있어야 하고, 이를 보좌할 인력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선거 운동에 함께 나설 수행비서도 필요합니다.

예비후보는 당사자와 배우자, 그리고 후보가 지정한 1인만 후보 옆에서 선거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수행비서 몫입니다. 자원봉사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무보상으로 전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후보가 돼서 본격 선거운동에 나서려면 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조직 관리는 평상시, 그리고 예비후보 시절에도 보이지 않게 해야 하고, 보이지 않는 돈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동안 관리한 것은 다 선거 운동에 활용하자는 포석입니다.

선거 캠프에는 세 종류의 운동원이 있습니다. 자기 돈 들이며 뛰는 사람, 대가를 받지 않고 봉사하는 사람, 그리고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 자기 돈 들이며 뛰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지만 귀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보상이 필요할 겁니다.

선거운동원들에게 선거 운동을 하게 하려면 활동비를 줘야겠지요...? 자기 돈 써가면서 선거 운동을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능할까요...? 선거운동원은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는 게 일입니다. 누구 찍어달라고 부탁하면서 밥까지 얻어먹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차라도 마시면 찻값도 있어야 하고요.

돈이 없으면 선거 운동원들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돈 안 푸는 후보에게는 운동원도 없습니다. 몇 일 나오다 후보에게 돈이 없다는 걸 눈치 채면 썰물처럼 빠진답니다. 물론 선거법상 불법이지만 엄연한 현실입니다.

‘15%만 득표해도 선거비 모두 보전되잖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선거비 보전은 지정된 항목만, 고시된 가격으로 보전 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15% 득표율을 넘어야... 10-15%까지는 50% 보전해 줍니다.

명확하게 영수증 받고, 사진 증거도 남겨서 선관위에 제출해야 합니다. 선관위가 따로 또 조사합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가라 영수증’ 만들어서 선거비 보전 받아 오히려 돈을 버는 후보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마는 지금은 턱도 없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를 1억7천800만원으로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이 금액이 4.13 총선의 전국 선거구별 평균 선거비용 제한액입니다. 해당 선거구의 인구수와 읍․면․동수를 기준으로 중앙선관위가 확정한 겁니다.

전북의 경우 군산 선거구가 2억1천8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전주완산갑이 1억5천600만원입니다. 선거구에 따라 그 사이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선거비 보전은 홍보물 제작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선거구가 없어진 상황이라 다시 조정될 겁니다.

선거에 돈 없이 출마하는 것은 기름도 넣지 않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말로 선거비용 제한 범위 내에서 해결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그렇게 하다가는 10%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선거에 나서면 돈 쓸 일이 한이 없습니다. 막말로 캠프에 1-2억을 풀어도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물론 앞으로는 우리가 지향하는 바대로 돈 안쓰는 선거 풍토가 만들어지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닙니다. / 강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