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간과 사랑의 아찔한 경계 적도의 안데스 산정에서...

아바나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에서의 아찔한 밤을 깊고 푸른 카리브해에 떠나 보내고 태양의 길 에콰도르에 왔다. Ecuador란 이름이 적도인 나라, 고대 잉카인들이 "lnti-Nan-Camino del Sol - 태양의 길"이라 불렀던 곳이다.

lnti-Nan_Camino del Sol - 태양의 길.

시간의 경계이자 중심, 북방회귀선과 남방회귀선이 교차하는 곳! 북극성과 남십자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 세계의 중심 (Mitad De Mund)! 이 몇 단어 만으로도 삶과 사랑의 깊은 서사가 소설로 쓰여질 영감을 주는 위도 00도00분00초 고도 2,483m의 안데스 고원의 산정에 섰다.

세계의 중심 (Mitad De Mund)

맑고 푸른 하늘에서 시간을 교체하며 구름이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아래로 안데스의 능선은 야생의 말갈기로 치닫는다. 이 곳에서 시간의 운행이 뒤바뀌는 것처럼 그대와 나의 삶도 한번쯤은 꿈의 실재로 뒤바뀌기를.....내 삶에도 그대 삶에도 혁명이 일어나기를! 아! 혁명을 혁명하기를! 어렵게 왔건만 천변만화한 구름으로 적도의 일출을 보지 못했다. 모자라지만 여행객의 감흥을 한 수 적어 본다.

적도탑과 적도 위에서 소용돌이 치는 구름

자구 자전의 전향력과 남북의 자력이 팽팽한 평형이어서 계란 세우기가 된다고 한다. 차례를 기다리며 보니 성공하는 이들이 있다. 기다리는 이들로 오래 끌 수 없어 단 한 번 시도해봤는데 실패했다. 북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남반구에서는 반시계 방향으로 평탄지의 구멍에서 물이 한 쪽으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빠진다. 적도선을 중심에 두고 남북에 걸친 구멍에서는 두 방향의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적도선에 걸치기만 할 때는 그대로 수직 낙하한다.

적도에서 계란 세우기에 도전하는 강주영 편집위원.

적도는 시간과 사물의 운동이 변화하는 곳이다. 어느 이정표를 선택할 것인가의 갈림점이다. 삶과 시간과 변화의 경계에서 나는 묻어두었던 다른 삶으로의 여정을 꿈꾼다. 사랑의 경계에서 아찔하게 숨막혔던 날들의 경계를 넘고 넘는다.  

적도 기념품점.

태양의 나라답게 기념품 가게들의 색상이 선명한 노랑이다. 영화 '해바라기'에서 우크라나이나 평원의 강렬한 노란 해바라기꽃 속을 달리는 열차가 떠오른다. 롱 테이크 아웃의 카메라가 해바라기, 열차, 절절한 소피아로렌의 표정을 그려냈었다.

내게도 뜨거운 사랑의 날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득하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갈린 적도탑의 위도, 경도, 해발의 수치는 내 사랑의 좌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위도 00도00분00초, 그리니치 서경 78도27분08초, 고도2483m"  00도00분00초의 수치는 절절하면서도 새로운 날들의 경계로 넘으라는 메시지로 들려온다.

위도 00도00분00초, 적도탑

다시 시작한다. 가난한 내 사랑과 글과 혁명에 시간의 자침이 바람의 갈기로 서기를...... 적도에서 다시 일어선다. 내 생명과 사랑의 함대들이여!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한국 시간 7월 28일 오후 9시 키토 시간 7월 28일 오전 7시 벗들을 사랑하며......

세계의 중심 표지판

적도탑 위 지구를 떠받들고 있는 강주영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