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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꿈을 찾는 꿈을 꾸는... <강주영의 '혁명로드">
강주영  |  jbpost20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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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6  14: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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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꿈을 찾는 꿈을 꾸는 고독한 영웅들의 땅과 바다

쿠바를 찬양하지만 대한민국에서의 삶을 쿠바에서의 삶으로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가 있을까? 카리브해, 혁명의 나라, 농업사회주의, 게바라, 살사, 쿠바노들... 이런 것들이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 경제적 성취는 미약하지만 혁명적 낙관이 넘치는 쿠바를 기대한 희망은 첫날부터 무너졌다.

 

   
쿠바의 카페에서 살사를 추는 쿠바노들.

클래식하지만 굴러갈까 싶은 깡통차 올드카, 찾아보기 힘든 식료품점, 폭격을 당한 듯 낡은 건물들, 쫄쫄거리는 수돗물, 어두운 아바나의 밤거리, 애환 깊은 살사 리듬, 친절하고 순박하지만 무료하고도 생기 없는 쿠바노들! 삶의 방식이 다른 데서 오는 이방인의 시각일까...?

깊고 푸른 카리브해, 이국적인 스페인풍의 아바나 올드 시티, 살사음악과 춤, 친절한 쿠바노들, 탁 트인 대평원, 값 싼 음식 등 관광지로서 쿠바는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단지 관광지라면 아바나가 발리보다도 나은 것은 무엇일까...?

 

   
와이파이 사용권

인터넷 정보에 의존해서 움직이는 한국에서의 습관은 아바나에서 우리를 거의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 주소가 있어도 네비게이션이 없는 운전사는 목적지 근처에서 20~30분을 헤맸다. 아바나는 공공기관과 호텔 주위에서만 인터넷이 된다. 와이파이 사용권을 사야만 한다. 여행사 가이드가 없는 자유여행객의 ‘어떻게 되겠지...’ 하는 낙관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아!!! 철학이 세계를 바꾼다고 하지만 미시적인 삶의 일상은 과학기술에 포박되어 있었구나...”

 

   
일행이 묵었던 숙소,

네비게이션이 없어 골목길 숙소를 찾느라 젊은 운전사는 비지땀을 흘렸다. 오랜 비행에 시달린 우리는 에어컨 없는 차 속에서 녹초가 되었다. 힘들게 찾은 숙소는 단수로 물을 쓸 수가 없었다. 숙소를 취소하자 젊은 청년들은 당황해하며 2시간을 여기저기 연락하였다. 택시를 부르더니 말레콘 해변의 어느 주택의 렌트룸에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청년들은 건네주는 수고비를 거절하였다. 쿠바 청년들의 자존심이었다.

   
 
   
아바나 주택가의 녹지축(위)과 근교 농촌 주택(아래).

잠깐 들른 농촌의 주택과 아바나의 주택은 우리의 도농양극화를 떠올리게 하였다. 내가 가본 유럽의 농촌 주택은 도시의 일반적인 주거보다도 나아 보였었다. 아바나에서는 우리의 산동네 같은 마을은 없었지만 부촌이라 부를만한 마을도 없었다.

농촌의 주택은 움막 수준을 벗어난 우리 식으로 말하면 새마을 주택 시멘트 블록집이었다. 내가 본 곳은 주방 겸 거실과 양변기 화장실 침실 2개에 헛간이 있었다. 혁명의 나라에서 도농격차라니!

   
아바나 근교 농촌 평원.

아바나는 평원지대여서. 도로는 높낮음이 거의 없었다. 도심의 녹지축은 벨트로 이루어졌고 부러울 정도였다.

사흘째 되는 날부터 파노라마 호텔 근처의 마을에서 머물렀다. 이곳에는 아바나 도심에서 그렇게 찾아 헤매던 마트가 있었다. 우리의 동네 마트보다도 규모가 큰 마트였다. 놀랍게도 우리는 마트에서 닭국물 라면을 살 수 있었다. 매장에는 기본 식료품이 있었지만 넓은 바다와 대평원을 가진 나라의 마트에 생고기, 과일, 채소, 생선은 아예 없었다.

 

   
아바나의 노천 카페

외국인인 우리는 여권을 보여주고서야 병맥주, 라면, 우유, 생수를 살 수 있었다. 모든 제품은 한 종류 밖에 보이지 않았다. 기업간 경쟁 없는 한 회사의 제품으로 필요품만 생산한다는 국가사회주의 경제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국가의 획일적 통제에 속한 것이 아닌 다종한 꼬뮌들 간의 다양한 자치관리기업의 협력적 경쟁과 이들 간의 연합의 연합으로서 ‘자치꼬뮤날레즘’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쿠바의 국가사회주의적 색채는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이들의 '자유사회주의' 또는 '자치사회주의'는 아직은 구호에 불과해 보였다.

수교가 없지만 마트에는 삼성 가전매장이 있었다. 기아차가 거리를 누비는 것은 쉽게 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은 거의 삼성과 엘지였다. 아마도 멕시코 등지의 쿠바 수교국의 현지 법인이 수출한 제품이지 않을까 추측해보았다.

   
쿠바 시골마을의 마트 풍경

영어를 할 줄 아는 이를 찾는 것은 대한민국서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이를 만나는 것처럼 어려웠다. 어렵게 만난 호헤(Jorge)는 아바나 소재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청년이었다. 그는 게바라를 좋아한다는 나의 말에 자기는 게바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쿠바에도 카스트로와 게바라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정부의 선전 때문이라고 하였다. 카스트로와 게바라에게서 쿠바의 미래 비전을 찾을 수 없다고 호헤는 반복하여 말했다. 택시 운전을 하는 호헤의 친구도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심지어 호헤는 게바라를 게릴라 킬러라고까지 하였다.

1명의 인터뷰는 단지 백명중의 하나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나는 놀라고 당황하였다. 마르크스, 레닌, 카스트로, 게바라 등은 과거일 뿐이라고 호헤는 말했다. "그럼 호헤 너의 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꿈을 찾는 꿈을 꾼다."고 하였다.

 

   
 
   
헤밍웨이가 묵었던 호텔방에 보관된 유품과 타자기.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호헤처럼 꿈을 꾸었다. 그가 잠들어 꾸는 꿈은 아프리카나 사자였다. 그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다가 85일째 되는 날 바다로 나갔다. 노인은 "오늘은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큰 녹새치를 잡고서는 3일간 해와 달과 바람, 그리고 파도의 바다에서 상어와 사투를 벌이며 노인은 되뇌었다.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카스트로와 게바라는 파멸당한 것인가? 패배한 것인가? 사투를 벌이며 잡은 거대한 녹새치마저 상어에게 죄다 뜯기고 돌아온 노인은 오두막에서 잠들었다. 그는 다시 아프리카와 사자를 꿈꾸었다.

비극적 세계에서 분투하는 노인과 카스트로와 게바라는 고독한 영웅들이다. 더는 기억해주지 않는.....

 

   
헤밍웨이가 머물던 호텔 ‘Ambos Mundos’

소설에서 노인을 위로하던 소년은 오늘의 아바나 청년 호헤(Jorge)인가? 혁명국가는 왜 자기 땅에서 추방되는 것일까? 멕시코 사파티스타의 구호가 떠오른다. "우리는 말한다. 국가는 따르라."

아바나 올드 시티 중앙광장에서 시작하는 여행자 거리의 끝에 호텔 ‘Ambos Mundos’는 있었다. 헤밍웨이가 머무르던 호텔 511호에서 바다는 식민시대의 요새 근처 일부만 보였다. 헤밍웨이가 머무르던 시절에는 건물이 없어 바다가 탁트였을지도 모르겠다.

 

   
헤밍웨이가 머물던 호텔 카페에서 럼주를 마시며 "살우드!!!"

여행자거리에서는 살사리듬이 들려오고 이방의 여행객은 럼주를 마시며 ‘살우드(Salud)-스페인어 건배“를 외쳤다. 꿈을 찾는 꿈을 꾸는 고독한 영웅들의 땅과 바다를 위하여 "살우드" !!!

헤밍웨이 원작의 영화 "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나"의 배우 잉그리드버그만의 눈동자는 카리브해처럼 깊고 푸르렀었다. "그대의 깊은 눈동자를 위해 Salud"...... / Hotel Ambos Mundos café에서 한국시간 7월 24일 09시(아바나 23일 2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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