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새 정부 구성 작업이 힘들게 진행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이 지났지만 겨우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인준되고 서훈 국정원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했을 뿐이다.

국회 청문회 과정을 마친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아직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고위공직을 맡는데 흠결이 있다고 야당에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게다가 앞으로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부처 장관이 16명이나 남아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발탁된 장관 후보자도 4명이나 되는데 이들도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은 것 같다. 김부겸 행정자치부장관 후보는 논문표절을,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 후보는 역사관을 놓고 말이 많다.

이번 국회 인사 청문회는 문재인대통령이 후보시절 강조했던 고위공직 배제 5대원칙(병역면탈, 탈세,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위장전입)을 적용해서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눈높이를 감안한 고위공직자 임명 요건이기도 한 셈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문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5대원칙 위반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민주당은 결정적인 흠결이 없는 경우 협조하라고 맞서고 있다.

국민여론은 반반인 것 같다. 문대통령이 주장했던 고위공직 배제 5대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과 직무수행 능력에 문제가 없다면 적당히 넘어가도 된다는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들린다.

문대통령과 더민주당의 지지도가 월등히 높은 상황인데도 국민들은 문제가 있는 후보자까지 일방적으로 두둔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청문 대상 후보자별로는 국민 여론상 차이가 있지만 야당의 주장도 상당 부문 먹혀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인 것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고위공직 배제 5대원칙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고위공직자로 거론되는 사람, 다시 말해 잘나간다는 사람일수록 이들 원칙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중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이 일반 국민들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더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문대통령의 5대 원칙에 걸리지 않는 국회의원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을까 싶다.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0% 정도가 위장전입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한다.

국회 청문과정을 거쳐야 하는 고위 공직자들은 우리나라의 국정 방향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사람이다. 5대 원칙조차 지키지 못한 부도덕한 사람들이 차지할 경우 자칫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해 권력과 권한을 남용하지 말란 법도 없을 듯 싶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김대중대통령 재임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총리후보로 지명됐다 낙마한 장상 이화여대 총장은 아들의 미국 국적 논란과 관련, “총리에 지명될 줄 미리 알았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었다.

국정기획위가 고위공직자의 구체적인 배제기준을 마련한다는 소식도 한때 들렸었다. 국회 청문회법 제정 이후로 적용 범위를 좁혀 현실화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위법 사항별로 경중을 따지거나 횟수에 제한을 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고위공직에 오르려는 사람, 특히 미래의 국정을 책임질 후세 사람들에게도 불탈법을 일삼을 수 있는 허점을 구태여 만들 필요가 있는가 싶다. 고위공직 배제원칙은 원칙대로 놓고 현실적인 측면에서 지금과 같이 국회나 국민들을 설득하도록 하는 게 더욱 바람직한 것 아닐까 하는 것이다.

문대통령의 새 정부 구성이 너무 늦다고 야단인데 외교부나 국방부 등 일부 부처를 제외하면 그렇게 급한 것은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도 없지 않다. 의회 인준절차가 까다롭다는 미국은 정부 구성에 있어 우리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야당 청문위원들이 문자폭탄에 시달리고 있다는데 좀 더 진득하게 여소야대 정치권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어떨까 싶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완성해나가는 필요한 하나의 대국민 훈련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