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worl Seok. 한국이름 정지월씨는 현재 애틀랜타에 살고 있다.

해마다 11월 넷째주 목요일은 미국의 3대 명절 중 하나인 Thanksgiving(추수감사절)이다. 이번주 목요일인 27일이 올해의 감사절이 된다.

1621년 종교탄압을 피해 신대륙으로 건너온 Pilgrim(청교도)들이 추운 겨울을 무사히 나고 처음으로 수확한 작물로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당시 원주민이던 인디언들까지 초대해 시작한 게 점차 다른 정착지들에 퍼지게 되고,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겸사겸사 감사할 게 많아져 본격적인 국경일로 자리잡게 된다.

그날엔 칠면조구이(Turkey)가 대표음식이고, side dish 로 으깬 감자, 빵부스러기 Stuffing, 옥수수, 콩코투리, 단고구마요리 등이 주를 이룬다. 후식으로는 단호박파이가 빠질 수 없다. 물론 각 가정마다 여러가지 변주가 있고 취향이 있겠지만 기본 이 메뉴는 필수다. 그리고 이 기본요리를 얼마나 새롭고 다양하게 해내는가가 그 집 주부의 솜씨와 센스를 반영한다.

이 기본 요리들은 해마다 진화하고 있고, 어떻게 이 진부한 메뉴를 창의적으로 만들지... 살림 꽤나 한다는 안주인들은 고민하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른 한국교포들도 거의 마찬가지- 칠면조 고기를 좋아하진 않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심정으로, 이곳에서 태어나 계속 미국에서 살게될 우리 아이들을 위해 최소 일년에 한번 추수감사절엔 Turkey를 굽는다.

추수감사절의 필수음식인 칠면조구이

한국의 추석처럼 추수감사절엔 이곳도 민족의 대이동이 있다.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이고, 가장의 진두지휘 아래 칠면조를 잘라 나눈다. 이곳에선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일년에 두 번 칠면조를 굽고 가족들이 다 모이는데 이렇게 다 모이지 않고서야 이 그 큰 칠면조를 끝낼 수가 없겠지 싶다.

미국의 Thanksgiving day에는 유명한 게 몇 개 있다. 오전엔 커다란 칠면조 모형을 앞세운 행렬행사 Parade를 보고, 오후엔 가족들이 모여 열광하며 Football 미식축구를 본다. 또 밤이 되면 자정부터 시작하는 Black Friday 라는 세일에 한 몫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를 뚫을 각오로 비장히 나선다.

몇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가게 문열기를 기다리고, TV 방송국차까지 그 열기를 담기 위해 출동한다. 이날은 주로 한달정도 후면 돌아올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는게 목적인데, 요즘은 주객이 전도돼 감사절날의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보다 다음날 쇼핑이 중요하게 된 거 같아 좀 씁쓸하다 .

나도 19년전 이날 쇼핑 갔다가 그날밤 작은 아이를 3주나 일찍 조산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우리 딸애는 생일이 항상 추수감사절 언저리다. (미안, 딸내미! 너의 이른 출생은 엄마의 과다한 보행이 원인있었어. 그러고 보니 너의 쇼핑 중독은 태생적인거로구나! )

김장을 끝내고 연탄 백장 정도는 들여 놔야 월동준비가 끝나던 한국의 이맘 때처럼 이곳은 대개 추수감사절을 전후로 크리스마스 장식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겨울 분위기에 접어든다. 이제 하나하나 가족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 다들 막바지 감사절 준비에 부산하게 움직인다.

미국도 장기간의 경제불황으로 별로 신나는 일없는 우울한 나날이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할 명절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모두들 조금은 즐거워지리라.

다들 행복하길 빌며 .....Happy Thanksgiving !  한국의 여러분도 Happy wi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