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순실게이트를 세상에 폭로한 더블루K 고영태 전 이사가 검찰에 전격 구속되면서 언론에 가장 많이 나돌고 있는 말이 토사구팽(兎死狗烹) 아닐까 싶다. 그동안 검찰이나 특검수사에서 박근혜 최순실게이트를 밝혀내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게 다름 아닌 고영태였으니까 말이다.

최순실과 연인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고영태는 내부 고발자이면서 최순실과의 공범관계도 분명, 그동안 친박단체 등에서는 검찰 수사를 강력히 요구해 왔었다. 친박단체는 박근혜 최순실게이트 자체가 최순실과 고영태의 부적절한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까지 펼치기도 했었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실제 고영태와 그의 친구들이 국정에 개입하고 사적 이익을 취한 듯 여겨지는 내용이 담긴 고영태 통화 녹취록까지 나돈 적이 있었다. 검찰은 1차 수사단계에선 대부분 농담 수준이라며 무시하는 듯 했지만 이번에 혐의 사실을 확인, 구속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 같다. 아마 박근혜 최순실게이트를 마무리 하는 차원에서라도 고영태 구속은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았을 것 같다.

토사구팽, 토끼사냥이 끝난 뒤 사냥에 동원됐던 개를 잡아 삶아먹는다는 뜻인데 원래 정치적인 사건에서 종종 사용되는 용어다. 중국의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가 패권을 다투던 시절, 유방의 편에 서서 전국을 통일하는데 기여한 일등 공신 한신이 유방이 황제로 등극한 이후 제거 당하면서 사용한 말이라고 한다.

지난해 치러진 4,13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이끈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선거가 끝난 뒤 문재인 전대표 측에 의해 2선으로 물러나면서 토사구팽 당했다고 말해지기도 했었다. 이에 반기를 들고 김종인 전비대위원장이 최근 더민주당을 탈당, 반문전선 구축에 나섰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섰다.

5.9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양강 구도를 구축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후보간 경쟁이 치열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후보는 “호남 1.2중대간 싸움이다”고 비꼬곤 하는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호남인들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문재인후보와 안철수후보간 지지세 확대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차별화된 전략도 눈에 띈다.

특히 안철수후보는 후보등록과 함께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 배수진을 친다는 의미도 있지만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아 비난을 샀던 문재인후보와 다르다는 점도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라 한다. 문재인의 부정적인 면이 안철수후보의 득표 전략상 도움이 된다는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사자성어도 곧잘 인용된다.

그리고 한땐 문재인 대세론이 주목받던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안철수 대체론하고 팽팽한 접전을 보여준다. 원래 대선판의 대세론은 김대중대통령 그리고 노무현대통령과 겨뤘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가리켜 불렀던 말이다.

당연히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것으로 예상됐던 이회창후보였지만 같은 보수 세력이었던 이인제씨나 정몽준씨를 끌어들이지 못함으로써 대선에서 연거푸 석패해야 했다. 이런 교훈 때문인지 문재인후보는 내부 결속을 통해 지지세 이탈을 막는데 유달리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경선 과정에서 보여줬던 국민적 지지도만 모아도 과반 득표는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돌았었다. 지금 문재인후보에게는 이회창총재가 걸어갔던 길이 반면교사가 되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대통령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마다 국민들을 상전 모시듯 하겠다고 다짐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선거 당시에는 모두 지금의 후보들처럼 말했었다.

그런 대통령들이 말년이 되면 친인척이나 측근들 부정비리로 곤욕을 치러야 했었다.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검은 돈을 엄청 끌어 모아 감옥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 국민들은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 생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모두 선거철만 국민들을 이용해 먹고 토사구팽 시킨 전임 대통령들이 걸어온 길인 셈이다. 국민들을 토사구팽 시키면 대통령 자리도 보전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지금 대선 후보들이 반면교사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