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남성 10명 중 7명이 술을 마시고 있다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라는데 전북 남성 음주율이 73%에 이른다는 것이다.

전북의 남성들이 술을 마시는 주된 이유로는 사회생활상 필요에 의해서가 가장 많고, 스트레스 해소 차원이 다음으로 알려진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전주하면 술의 도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말걸리 골목이 있고 전국 유일의 가맥축제도 열린다.

술은 일반적으로 적당하게 마시기만 하면 좋은 음식으로 통한다. 친구들과의 친교 증진은 물론이고 사업에도 술만큼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

그런데 지금 전북의 남성들이 마셔대는 술은 좀 다른 차원의 술이 아닌가 추측 해본다. 뭔가 잘 풀리지 않아서 마시는 그런 술로 말이다.

친구들 이야기다. 사업이 잘될 때는 술 한잔 마시는 것도 아까운데 사업이 잘 안 될 때는 술이라도 마셔야 가슴 속에 쌓여가는 울분이 풀린다는 것이다. 지금 전북 남성들이 이런 심경 아닐까 싶다.

요즘 도민들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술안주로는 경제성장률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0%라는 것이 하나고, 전북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 다른 하나며, 새만금 개발이 30년째 제자리 걸음이라는 소식이 세번째다.

경제성장률은 일반적으로 전년도와 비교해서 분석되는 지표인데 최소 3% 이상 돼야 생산이나 소비 그리고 고용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것으로 말해진다. 그리고 2% 이하는 침체기로서 경제 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발생하는 이른바 불황으로 불린다.

경제성장률 0%라고 하면 아마 전북경제가 뒷걸음치고 있다는 이야기 아닐까 싶다. 군산의 자동차산업의 퇴보나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조업중단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는가 싶다.

그동안 잘나갔던 전주한옥마을에도 요즘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중국 단체관광객 발길이 뚝 끊기면서 한옥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호황을 누렸던 가게들마다 파리를 날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는 울상도 들린다.

도내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고 싶어 한다는 소식은 도민들을 더욱 우울하게 하는 것 같다. 전북연구원의 설문조사인데 청년층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남성의 39%, 여성의 45%가 다른 지방으로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시단위 청년들보다 군단위 청년들 이주의사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 이주 이유로는 절반 가까운 48%가 취업과 고용문제를 들었다. 교육(18%)이나 여가문화(17%)가 뒤를 이었다. 고향에서 벌어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고향을 떠나고 싶다는 것인데 예상외로 교육이나 여가문화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새만금개발도 도민들 술안주 되기 십상이다. 새만금 내부개발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새만금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새만금개발청 전북이전도 소강상태에 빠진 모양이다.

새만금은 지난 30년 동안 도민들이 기대하는 전부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새만금만 개발되면 대형공장도 많이 들어서고 각종 연구소 등도 입주, 전북에서 자라는 학생들은 물론 도민들의 취업도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런 새만금이 지금 도민들에게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들어온다던 삼성도 못 온다고 발을 뺐다. 전북도의회는 뒤늦게 진상조사를 벌인다고 야단인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참 그러고 보면 경제성장률 0%, 청년층 이탈, 새만금 개발 답보 등등, 전북이 제대로 풀리지 못하고 있는 것 자체가 전부 상관관계에 있는 것 아닐까 싶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들마다 또 새만금을 이야기한다. 청와대 내 새만금 전담부서 설치, 새만금 인프라 구축 등등.

이명박 정부에서 세워졌던 새만금개발계획이 제대로 추진됐더라면 내년이면 새만금 명품도시도 가시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도민들의 입장에서는 대통령선거 공약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강력한 실천의지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도민들이 기분 좋아 마시는 술이라면 더욱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