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복쟁이 친구 중에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다. 날 때부터 소아마비였다는 친구인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노래하기를 좋아하여 마을단위 노래자랑에도 몇 번 나간 적이 있지만 돈벌이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친구 때문인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관심 있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접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유달리 표정이 밝고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전주 덕진에서는 한때 장애를 가진 40대가 카센터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저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얼마나 재미있게 일을 하던지 곁에서 지켜보기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는 무게가 상당한 자동차 타이어를 교체하면서도 얼굴에서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그를 볼 때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기쁘고 신나게 할까 하고 속으로 생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생각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겪었을 어려움이다. 똑 같은 노력으로는 정상인을 따라갈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몸으로도 세상살이가 쉽지 않다고 여겨지거나 나태해지려는 마음이 들 때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나 자신을 자책하는 선생님이 되기에 충분했다.

도내 지자체 장학숙들이 장애학생들의 입사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장애학생들을 차별하고 있는 장학숙은 전북도에서 운영하는 서울장학숙, 전주시의 풍남학사(서울), 경기 안양에 있는 정읍장학숙, 전주에 있는 진안장학숙 4곳이다.

서울장학숙의 경우 조례로 ‘신체 및 정신상의 사유로 공동생활에 부적합한 사람은 입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다른 장학숙은 장애인이 입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공동생활에 부적합한 경우 퇴사토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 장학숙에는 현재 장애인 학생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장학숙의 경우 숙식 포함 월 15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이 가능, 학생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입사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딸애를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낸 적이 있었는데 뒷바라지가 보통이 아니었다. 서울에 친척도 있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원룸에서 보내도록 했는데 원룸 임대료 등을 포함, 매달 1백만원을 웃도는 돈을 생활비 등으로 보내줘야 했었다.

장애학생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친척집에 신세를 지던지 하숙을 하던지 아니면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 말이다. 만약 장애학생이 하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하숙집 구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듯 싶다.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학숙은 크게 두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첫째는 지역인재를 양성하자는 것이고 두 번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도와주자는 것 말이다.

세상 부모치고 자식들 공부 잘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애학생을 두고 있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더욱 그럴 것 같다. 장애 자식들이 공부라도 잘해서 살아갈 방도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간절할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데 도내 지자체 장학숙들은 공부를 잘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학생들 조차 입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및 관련자에 대한 모든 차별을 방지하고 구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전북도는 “지금까지 장학숙 신청자에 장애학생 신청이 없었으며, 장학숙 관련 규정에는 단체생활에 지장을 주는 학생의 제한이지 장애학생에 대한 제한은 아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장애인단체는 “지자체 장학숙은 어떤 장애학생 차별 규정도 삭제 철폐하고 사회적 약자를 우선 선발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마 도내 지자체의 장학숙에 입사한 장애학생이 한 명도 없다고 한다는데 그동안 지자체들의 소극적인 자세에도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만약 장애학생들이 한 공간에서 공동생활 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특별공간을 마련해서라도 장애학생들이 보다 편리하게 장학숙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한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