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며 곳곳에서 울상이다. 대형마트는 물론 전통시장도 설 특수가 사라졌다고 한숨이다. 김영란법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가고 있다.

급기야 정부와 여당에서도 김영란법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으로 규정된 한도 금액을 상향 조정하려는 방안까지 나돌고 있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김영란법이 지금의 경기불황을 야기한 근본 원인이라도 된 듯한 말도 없지 않다. 잘못하다가는 정부의 정책적 실정까지 전부 뒤집어쓰는 신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찬성과 반대 여론이 극명하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최근의 경기불황은 외환위기(IMF) 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국민들의 소비 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영란법 한도 금액이 대폭 상향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반대하는 쪽은 어떤 경우에도 부정한 청탁을 금지하는 김영란법의 근본 취지는 훼손돼선 안 된다고 강변한다. 지금의 경기불황은 정부의 경제정책 잘못이나 최순실게이트 등 영향으로 초래됐고 김영란법 영향은 크지 않다고 반박한다.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4개월여 만에 개정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빠르면 오는 3월부터 식사 한도금액이 현재의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될 것으로 전해진다. 음식점 휴폐업에 절대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이에 농축산업이나 화훼업계에서는 “선물의 한도 금액도 올리기로 합의했는데 빠졌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쪽이 무너지면서 김영란법 자체가 무용지물로 전락할 조짐마저 없지 않은 것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단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공직자들에 대한 단순한 청탁금지에 그치지 않고 민간부문에도 가이드라인으로 작용, 전반적으로 소비부진을 초래할 것으로 말이다.

세계적으로 부정부패 청정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대만이나 홍콩도 청탁금지법이 시행될 당시에는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나 지자체 의존률이 높았던 국가들이라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당장 국가경제가 휘청거릴 것을 염려했다.

실제 경제주체들이 겪은 고통이 보통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대만이나 홍콩은 청탁금지법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날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부정부패 청정국가가 될 수 있었다.

김영란법은 뇌물로 볼 수도 있는 검사들에 대한 고급차 선물 관행이 법원에서 무죄로 판결이 나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청탁금지법이 없어서 뇌물성 선물을 받은 고위직 공직자들을 처벌할 수 없었다는 허점을 보강하는 차원에서다.

김영란법 때문에 국가경제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한 면도 없지 않다. 거꾸로 이야기하자면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공직자들에 대한 부정한 청탁문화에 의지해서 발전해온 것 아닌가 싶어서다.

실제 지방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국가예산이나 지방예산을 집행하는 기관, 단체들과 손잡지 않고는 사업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무엇보다 기관이나 단체만큼 결제가 제때 제대로 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도청이나 시군 청사가 이전하면 지역경제도 따라 움직인다는 말도 있다. 공직사회 주변이 씀씀이가 크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부정한 청탁과 검은 돈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고 말이다.

속담에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말이 있다. 작은 도둑질도 자주 하다보면 저절로 큰 도둑이 된다는 의미다.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최순실게이트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강요에 의해 돈을 냈다”고 말하고 있는데도 최고 권력자나 비선실세는 “부당한 돈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너무 오랫동안 부정부패 관습에 젖어 살다 보니 이제 자신들이 나쁜 짓을 했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 아닌가 싶은 것이다.

김영란법이 일점일획도 바뀌어선 안 되는 이유다. 경기불황이 문제라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청탁금지법 자체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현재의 경제적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더 문제다. /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