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택 굿모닝 런던 발행인(런던 거주)

대학 졸업하고 첫 사업이랍시고 신문사 차렸다가 말아먹고, 허허 산천경개 [山川景槪] 후 집에 돌아오니 은행에서 날아온 청구서가 쌓여 있었다. 내 은행 빚은 그렇다 치고, 공무원인 친구 아버지가 대출해 준 이자는 갚아야 할 게 아닌가.

하룻밤 끽연으로 날을 밝히고, 어깨까지 내려온 머리를 노란 고무줄로 묶고는 집을 나섰다. 동네 근처 아파트 상가에 '학원 강사 구함'이라는 광고가 눈에 띄었다. 무조건 밀고 들어가 원장을 만나 출근하기로 하였다.

학원에 나갈 것이라는 내 말에 엄니는 마땅찮은 표정이다.
"선생 똥과 첩질하는 놈 똥은 개도 안먹는단다."
"왜요?"
"속이 시커멓게 타서..."
"비위 맞추려니까 속이 타지, 걱정마슈, 내 스탈로다가 갈치면 속 탈일 없을팅게"

어쨌거나 은행 이자나 갚을 심사로 들어간 학원에서 원금까지 갚았으니,,, 무엇보다 그 때 가르쳤던 학생들이 학원강사도 선생이랍시고 지금도 연락이 온다.

영국에 와서도 마땅히 할 것이 없어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아이들 개인지도를 하게 되었다.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공무원 집 아이를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개인지도비가 내가 제시한 것에서 20% 정도를 낮게 불렀다.
" 영국에 처음 오셨다는데 다른 분들보다 좀 싸게 해야 하는 것 아니예요?"
"교육을 시장바닥 고등어 흥정하듯 하면 안됩니다."
내가 제시한 금액을 받기로 하고 과외가 시작되었다.

과외든 장사든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조건이 없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첫째, 내가 도착하면 사모님께서 주차장에 나와 내 가방을 받아들 것.
둘째, 과외비는 봉투에 넣어서 정확한 날짜에 학생 앞에서 직접 건네줄 것.
셋째, 수업 시작 전에 커피를 직접 끓여줄 것 .

한 달쯤 지나고 나자 주재원이던 학생 아버지가 포도주 한 잔 하자고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 어떻게 가르치셨길래 아들놈이 저렇게 변했지요?"
"예?" 포도주병에 이미 맛이 간 상태라 건성으로 들었다.
"요즘은 퇴근길이 즐겁습니다. 예전에는 퇴근해도 지 방에서 얼굴도 내비치지 않던 아들놈이 주차장에 달려와 내 가방을 들어주는 것에 사는 맛 납니다."

학생을 가르칠 때 그 학생을 보고 가르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부모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지금도 습관이다.
과외 선생 주제에 따진다고요? 맞습니다. 괜찮은 집구석 놈 갈쳐놔야 속 탈일 없지요. ㅎㅎ
장사하는 분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가급적 장사하는 집안 아이들은 가르치지 않는다. 또한 아버지 주장보다 어머니 주장이 강한 집 아이들은 사절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학생들이 없다.)

첫 수업은 이렇게 시작된다. " 싸가지 없는 놈은 배우지 않는게 낫다. 그래야 좀도둑밖에 더 되겠냐. 싸가지 없는 놈 갈쳐서 일류대 들어가면 나라 도둑 돼서 국민들 개고생 시킨다."

내 조카녀석들 공통점이라면 돈계산이 약하다. 가능한 아이들 앞에서 돈얘기를 꺼내지 않았던, 배움은 짧았어도 논투성이 부모님이 내려준 은혜라면 은혜다. 아들 녀석들 또한 아직도 돈을 모른다. 영국에서 제일 가난한 아비를 두었는데도 제일 부자인줄 안다.

반 친구놈들 왕창 초대할 때 학생들 학부형들이 걱정스런 빛으로 묻는다.
"아 유 오롸��?"
"마이 파더 해스어 카드" 영웅(아들)이 단골 메뉴다.
최근에야 카드도 은행에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직접 은행 창구에 가셔 갈쳐 주었다.

- 가르침은 외상이 아니다. 많든 적든 월사비(月師費)는 내야한다.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가르침을 청한 학생에게 세상사를 가르치는 첫 걸음이다. 배움을 외상으로 한 학생이 세상을 외상으로 살 것 아닌가. 세상은 공것이 없다.( 울 엄니 왈 ' 꽁�括繭窄� 무릎팍 벗겨질 놈 많은 조선땅. 다음 편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