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에 계신 한 교수는 집안 내력이라며 이렇게 소개한 적이 있었다.

“조선 선조 임금 때, 일본군이 쳐들어왔을 당시 활약했던 수군장수 원균이 선조다. 원균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박정희대통령 집권 이후 극명하게 바뀌고 말았다. 박정권의 이순신 영웅화 작업에 의해 상대적 관계에 있었던 원균은 우스운 사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집안 어른들은 자식들이 조상에 대한 잘못된 교육을 받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글을 가르치지 않기로 다짐했다.”는 것이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작가 김훈이 쓴 ‘칼의 노래’를 바탕으로 했던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는 원균을 이순신의 경쟁자로 그려놓고 있는데 전략상의 차이점 등을 가지고 주로 대비시켰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원균하면 맨날 주색잡기를 일삼은 인물로 알려졌던 것과 다르게 말이다. 실제 원균은 일본 해군과의 전투 중에 사망했고 전쟁이 끝난 후 공신에 올랐다.

50대 이상은 60-70년대에 초중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한 세대다. 그들은 지난 90년대 들어 텔레비전을 통해 전해지는 북한의 실상에 크게 당황하곤 했다. 그중 김일성과 북한경제에 대한 이야기에 특히 충격을 받았지 않았나 싶다.

학창시절 배웠던 김일성은 마치 뿔 달린 도깨비쯤으로 여겼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게 된 김일성 모습은 대단히 호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일부 국민들은 “대단히 잘 생겼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었다.

그리고 북한의 경제가 지난 70년대까지는 남한에 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 초중등학교에서는 북한 사람들은 엄청 가난하게 사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치곤 했었다.

그런데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 정권이후 정부에서는 박정권의 3공화국 시절까지에는 북한의 생산력이 남한에 못지않았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자료까지 제시하며 설명했다. 당시 국민들은 왠지 속았다는 느낌을 덜 수 없었다.

역사를 기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글을 쓰는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을 완전히 배재하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를 엮은 삼국사기는 고려시대 김부식이 만든 역사서인데 신라 중심으로 편찬됐다는 평가다. 김부식이 신라 후손이다 보니 그렇게 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요즘 들어 학계를 중심으로 역사 재평가 작업이 곧잘 전개되곤 한다.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는 조선의 폭군으로 전해졌던 광해군 아닐까 싶다.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해 이복동생을 죽이고 계모까지 학대하기도 했던 희대의 독재자로서 말이다.

그런 광해군이 지금은 중국의 명나라와 청나라의 전환기에 절묘한 외교술을 구사하며 국정을 이끌었던 현명했던 군주로 인정받기도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박대통령 탄핵소추로 추진 동력까지 상실, 정부도 급기야 역사교과서 국검정 혼용방침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야당과 교육계는 국정 역사교과서 완전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기존의 여러 검정교과서를 대체해서 통합 편찬한 것이라는데 학계에서는 우편향적이고 박정희대통령 미화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부에서는 박근혜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를 위해 만든 ‘효도 교과서’라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한때 국민들로부터 세종대왕 이후 명군으로 칭송받던 박정희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흔들리는 것 같다. 그동안 절대적 우위에 있었던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국민호감도가 노무현 전대통령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소식이다.

또한 경북구미 박정희대통령 생가에서 방화사건이 발생했고 충북옥천 육영수여사 생가에도 방문객들이 급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인한 국민적 공분이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효도 교과서 대신 맡은바 국정이나 잘했더라면 이런 불효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에 맞게 획일화는 지양돼야 한다. 이념적으로 보수와 진보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어느 한쪽만 강조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