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검이 얼마 전 모 전북도의원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 했다. 재량사업비 리베이트 비리 의혹과 관련된 일이라는 전언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전주와 경기도 소재 업체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익산시의회에서도 의원예산 문제로 시끄러운 모양이다. 내년도 예산심의가 한창인데 곳곳에 끼워 넣은 의원예산을 상당수 찾아내 삭감했으나 아직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의원 예산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대부분 다선의원이나 힘 있는 의원들과 관련된 것이라는데 의원들간 불화요인이 되고 있다 한다.

전북도의회의 재량사업비나 익산시의회의 의원예산이나 명칭이 다를 뿐 용도나 목적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시군 의회도 사정은 마찬가지 일듯 싶고 말이다. 우선순위에 들지 못해 지자체 차원에서 정상적인 과정으로 추진되지 못하는 일종의 선심성이고 낭비적 예산으로서 말이다.

1992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재량사업비란 것이 등장했다. 지방의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의원들 스스로 자유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필요해지면서 부터다. 지방의원들은 재량사업비를 가지고 주민들이 요구하는 이런저런 사업을 시행, 지지자들도 끌어 모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일부 지방의원들을 중심으로 재량사업비가 부정비리의 온상으로 변질되게 된다. 당시 지방의원들은 무보수명예직 신분이었다. 평소에는 자기의 생활을 하면서 지방의회 회기 때에만 등원, 지방의원들에게는 활동비 명목의 돈만 주어졌다.

그런 지방의원들에게 재량사업비는 일종의 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방편이 된 것이다. 재량사업에 참여하는 업자들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으로 돈을 받는 재미를 알게 된 것이다. 당시 알려지기로는 재량사업비의 20-30%를 리베이트로 받는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일부 이권에 밝은 지방의원들은 재량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건설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다른 지방의원들 재량사업도 도맡아 일을 했다. 아마 서로 눈치 보지 않을 만큼의 리베이트는 챙겨주지 않았을까 싶다.

지방의원 재량사업비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이의 폐지 여론도 높아졌다. 특히 지방의원 유급제가 시행된 2006년, 4기 지방의회 때는 월급도 지급되고 하니까 재량사업비를 없애라고 시민단체들이 주장하고 나섰을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에도 지방의원들의 재량사업비는 없애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방의원들의 재량사업비 고수의지가 워낙 강한데다 지방의원들 눈치를 살펴야 하는 집행부도 못이기는 척하며 예산을 세워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재주 좋은 지방의원들에게는 월급 타고 재량사업 리베이트도 챙기는 ‘꿩먹고 알먹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없지 않았었다. 그런 염려가 지금 현실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인 것이다.

검찰이 전북도의원 재량사업비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 3-4개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고 하니 관련 의원들도 늘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 같다는 소문도 나돈다.

요즘 들어서도 지방자치단체의 부정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툭하면 단체장이나 공무원 들이 검은 거래에 엮여 단죄를 받곤 한다. 얼마 전에는 이건식 김제시장이 알고 지내는 업체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구속됐다.

재량사업비나 의원예산은 원칙적으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다시 말해 당장 시행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주민들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셈이니까 말이다. 전북도의원들의 경우 재량사업비로 1인당 연간 3억5000만원에서 5억원 가량이 지원된다고 하는데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인 것이다.

지방의원 재량사업비는 원천 재고돼야 한다. 정말 주민들에게 필요한 사업이라면 정상적인 절차를 따라 추진하면 된다. 지자체 예산에 왜 지방의원들이 눈독을 들이려고 하는지 차제에 확실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만약 재량사업비가 리베이트 비리 등으로 오염돼 있다면 해당 지방의원을 철저하게 찾아내 엄벌토록 해야 마땅하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