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희씨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떤 날에는 아무 이유도 없이 마음 한 켠이 불편해진다.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그것이 도대체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지 들여다보지만 특별히 그 근원을 캘 수 없을 때가 많다.

내가 그 근원을 캐고 싶은 이유는 마음이 불편해진 원인을 제거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원인이 무엇인지 딱이 알 수 없을 때 은근히 지펴지는 불처럼 나의 하루를, 또는 나의 몇 날을, 어쩌면 꽤 많은 날들을 그 불편함에 기인해 엉클어뜨려 버릴 수도 있다.

어쩌면 그런 느낌들은 우연히 스쳐가면서 보았던 신문의 헤드라인에서 비롯되었거나 아주 먼 옛 기억의 어딘가에서 불쑥 현재로 튀어나온 데자뷰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무의식적인 상상 속 어딘가에서 계산이 나오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고, 당장 대면해야 할 무언가 새로운 것에 대한 알 수 없음으로 인해 그저 심장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뛰다가 기분이 나빠져 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살펴보면 너무나 많은 것들이 그런 느낌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어떤 때는 이런 것들이 쌓이고 얽히고설켜서 딱히 뭔가를 끄집어낼 수 없을 정도로 혼돈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아무 때나 이중에서 아주 작은 어떤 원인이라도 촉발된다면 그것이 거미줄처럼 얽힌 하나의 거대한 불온 덩어리 전체에 숨을 불어넣는다. 때문에 어떤 날은 숨 쉴 때마다 이유 없이 기분이 나쁘거나 불안해진다.

오늘처럼 묵지근하고 불온한 느낌이 복부의 어딘가에서 시작되어 불현듯 온 몸의 맥을 따라 전신으로 퍼지는 날에는 생각을 달리해본다.

늘 같은 방법으로 풀어지지 않는 숙제를 풀어내려고 하면 똑같은 실패가 되풀이될 뿐이다. 내가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해봤자 그 근원은 이미 한데 뭉쳐지고 서로 영향을 받아서 이미 처음의 그 모습을 찾을 수조차 없으리라.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들은 그렇게나 얽혀버린 어떤 것들을 낱낱이 가려내 그 원인을 집어내려고 하지만 그들조차도 이미 변신하고 합체되어버린 불온 덩어리 앞에서 속수무책일 뿐이다.

나는 과거를 들추거나 주변의 역학관계를 낱낱이 파헤치는 어떤 피곤한 일로 현재의 나를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 보다는 모든 경험치의 최대치인 현재의 정점에 서있는 나로서, 이 현재의 나의 시점으로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쉬운 일임을 안다.

내 안에서 언제나 그 무언가로부터 촉발되어질 수 있는 이 불온한 느낌의 온상과는 별도로 지금 이 순간의 나는 평온한 하루를 선택한다. 그런 느낌들과는 별도로 순전히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이 하루의 가능성을 선택한다.

내가 느낄 수 있음에도 감사한다. 몸과 마음이 마비되어 아무 것도 느낄 수 없거나 느낌의 촉수들을 잘라내어 어떤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그 능력을 사랑한다. 비록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좋아하지는 않아도 그 능력은 가히 감탄할 만큼 훌륭하다.

그저 나는 선택한다. 지금 이 순간을 선택한다.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을 경험하고 싶은지를 선택한다. 임의적으로 느껴지는 어떤 것들과는 상관없이 나의 선택은 나의 지금 이 순간을 결정하고 나의 과거를 치유하며 나의 미래를 당겨온다.

내가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온전히 집중할 때 내 안에서 이유 없이 고개를 디밀던 어떤 불편한 느낌들은 사라진다. 내가 그러한 느낌을 특별히 좋아하거나 함께 놀기를 원하지 않는 한 이내 사라진다. 심지어 내가 그 이유를 알아내지 못해도 사라진다. 내가 이렇게 매순간을 명확히 선택하면서 사는 한 내가 선택하지 않은 모든 것은 결국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선택’만큼은 ‘나’가 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