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회에서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됐다. 박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성난 민심도 가라앉고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도 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인 것 같다.

그러나 특별검사의 수사나 언론의 보도 태도를 보면 절대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다. 박근혜대통령의 소소한 사생활까지 계속 들춰지는 추세다. 더민주당 조응천의원은 박대통령의 공범관계를 밝힌 검찰수사를 놓고 “다리 부러진 사자에게 달려드는 하이에나 떼”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보호받을 입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세가지 종류가 있지 않는가 싶다. 국민들에 의한 국민적 탄핵과 국회에서 진행되는 정치적 탄핵, 그리고 헌재심판으로 결정되는 헌법적 탄핵으로 말이다.

박대통령은 지금 국민적 탄핵과 정치적 탄핵을 받은 셈이다. 이번 국회의 탄핵 가결은 국민들의 탄핵을 바라는 민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여소야대 국회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의 협조 없이는 탄핵 가결이 불가능했었기 때문이다.

최순실사태가 부각됐을 초반에만 해도 국민들의 대통령 탄핵여론은 그리 높지 않았었다.

그런데 박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나오고 2차, 3차 담화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만 것이다. 대통령의 말이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항상 위기만 모면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졌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광화문 촛불집회가 횟수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이 급증했을까 말이다. 법원이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을 허용한 것도 이 같은 민심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국민적 지지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는 국회 자체만의 정치적 탄핵은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2004년에 있었던 노무현대통령 탄핵이 그것이다. 당시 국민들은 노대통령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탄핵은 강력 반대했었다.

당시 노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고 이를 편드는,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는 발언을 종종하곤 했는데 새천년민주당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사실 노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1년여 만에 열린우리당을 만들고 나간 것이니까 말이다. 다른 새집에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고 떠나는 뻐꾸기처럼...

국회의 노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당시 정치판에 엄청난 광풍을 몰고 왔다. 소수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곧 이어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과반의석을 차지했고 한나라당은 겨우 명맥을 유지했으나 새천년민주당은 전멸하다 시피 됐었다. 그리고 헌재의 탄핵기각도 이끌어냈던 것이고 말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때 한나라당을 살린 장본인이 지금의 박근혜대통령이다. 그래서 지금 박대통령은 그런 헌재의 기적이 자신에게도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노무현대통령 탄핵과는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노무현대통령 탄핵은 단순 선거법 위반으로 국민적 탄핵은 면하고 있었던데 반해 박근혜대통령 탄핵은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국민들로부터도 탄핵 당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박근혜대통령은 최근 들어 너무 망가지고 있어 설사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진다 해도 이미지가 회복될 수 있을까 의심될 정도다.

심지어 주치의, 전속 미용사, 조리사까지 등장해서 숨겨진 이야기를 전한다. 비아그라, 백옥주사, 올린머리, 최순실 김밥 등등... 국민들도 이젠 웃다 못해 짜증을 내는 정도가 됐다.

박근혜대통령, 특검수사나 헌재심판에 대한 법적 대응만 끝까지 고집하는 인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국민들에게는 전혀 공감을 주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싶다.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도 고려해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국민들은 박대통령의 범죄행위보다 자신의 행위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무능을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도 같으니까 말이다. / 박장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