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재호주 국제변호사

수년 전 일이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우리 아들 둘을 다 버려 놓은 적이 있다. A라는 한국의 영화 배우가 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데, 주연을 한 영화 CD를 거의 다 갖게 되었다.

주연을 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아들 둘이 보고 난 후부터 한국식으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X새끼, X X놈... 수도 없이 욕을 하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아빠도 한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저랬어? 저런 교복 입었어? 저 욕도 했지?"라고 하기도 했다. 그 전까지는 욕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다가 영화 때문에 한국의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A가족과 우리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다가 A에게 원망을 했다. 당신 영화 때문에 우리 아들들이 욕을 한다고 우리 아들 다 버려 놓았다고 하면서 서로 웃었다.

외국 (호주) 에서 아이들 키우는 것을 좋은 것으로만 생각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그럴 수도 있다. 어학 (영어)을 완벽하게 한다. ‘박’ 터지게 공부하지 않고 취미 활동하면서 원하는 대학의 과를 선택해서 갈 수 있다. 대학가면 학비를 무이자로 융자 받아 공부할 수 있다. 등등등...

여러가지 이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직접 살면서 아이들 키우면서 느끼는 것인데 다 좋은 것들만 아니다. 힘든 일도 많다.

‘왜, 나만 머리 색깔이 검지? 왜, 나만 얼굴색이 노랗지?’ 조금 어렸을 때 이런 질문을 하면 그것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야 된다.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할 때는 거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고 난 뒤에 그랬던 것 같다. 조금 더 큰 후에 ‘왜 우리를 한국에서 데려왔느냐?’고 물으면 할 말을 잊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힘든 여러가지 일을 겪었다.

그러다가 ‘한국인이다. 한국이다.’ 라는 일종의 정체성이 몸에 배어 자리를 잡게 되면서부터 잠잠해졌다. 한국에 관한 모든 것을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흡수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커졌는지 힘들었던 과정을 마무리하는 것 같았다. 지나와서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다.

한국에서 조기 유학이 한창 유행이었다. 개인 생각이다. 아이들은 본인의 ‘자아’를 어느 정도 깨달은 후에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