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의 기초연금을 수령했던 도민들 상당수가 수급액의 절반 정도를 다시 내놓아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한 모양이다.

지난 2014년 7월 이후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말아야 할 직역연금 대상자와 50%만 지급해야 할 기초노령연금 수급자에게 100% 지급한 것이 기초연금 시행 15개월 후인 2015년 10월에 확인됐기 때문이다.

박장우 주필

다시 말해 공무원의 퇴직금을 연금 형태가 아닌 일시금으로 받은 사람들의 자료가 빠지면서 과다 지급되는 착오가 발생했다는 것인데 지난 9월말 기준 도내 환수 대상자는 총 3,998명이고 환수금액은 무려 51억7,952만540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수 대상자 1인당 토해내야 할 환수금 평균액이 129만5000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소득 기준 70% 이하에 해당하는 빈곤층이라는데 수급액의 50%를 환수당하면 당장 생계 곤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기초연금은 박근혜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65세 이상자에게 매월 20만원씩 지급키로 한 것인데 실제 시행되는 과정에서 소득 수준에 비례해서 최고 20만원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당초 기초연금은 박근혜 정권에게 엄청난 정치적 이득을 안겨 줄 것으로 기대됐었다. 노인들이 매달 공돈으로 20만원씩 받는다고 하니 노인들은 무조건 박근혜표 지지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시행 과정에서 소득 수준에 비례해서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노인들의 분노가 곳곳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이웃집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받아들고 나서 보니 자신은 매달 17만원 받는데 자기보다 더 잘사는 이웃집은 18만원 나왔다며 흥분하곤 했다는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은 지난 4.13총선에서 참패하고 말았는데 이 같은 노인들의 불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충남에 들어선 세종시도 줬다가 빼앗으면 어떻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세종시는 노무현대통령이 공약한 신행정수도의 일환으로 건설된 도시이다. 당초 신행정수도는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을 제외한 서울에 있는 모든 행정부서를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에서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현재와 같은 일부 부처만 옮겨가는 것으로 국회에서 조정됐다.

당시 충남북 전 지역에는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을 맹비난하는 플래카드가 거리마다 내걸려 있었고, 이의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도 곳곳에서 열렸다.

그리고 이명박대통령은 재임시 일부 행정부처 세종시 이전조차 수정, 대기업들을 대신 입주시키는 계획을 추진한바 있다. 물론 이런 움직임은 충청권의 집단 발발을 불러왔고 당시 박근혜의원측의 반대 의사도 꺾지 못해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줬다가 빼앗는 것’은 지난 60, 70년대 선거전략에서도 사용됐었다. 상대방 후보의 이름으로 고무신 등을 유권자들에게 돌렸다가 회수하는 식이다.

줬다가 다시 빼앗는 순간 상대방 후보는 유권자들의 원수가 될 것을 노린 것이다. 당시에는 그런 선거 전략 자체가 유능한 정치인들의 수단이기도 했었고 암묵적으로 용인됐던 시절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전북도와 도민들은 정말 바보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노무현정부 시절 공공기관 지방분산 정책의 일환으로 배정 받았던 주택공사를 이명박정부 때 경남에 빼앗기고도 어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못해 주택공사 대신 받은 국민연금조차 핵심인 기금운용본부를 새누리당 쪽에서 종종 분리하겠다느니 하고 있지만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으니까.

줬다가 빼앗으면 살인을 부르는 일조차 성경에 나온다. 영화로도 유명한 삼손인데, 「블렛셋 사람인 삼손의 장인이 삼손의 아내를 빼앗아 그의 친구에게 주자」(사사기 제 15장) 삼손이 불레셋 마을에 불러 질러 블레셋 사람들로 하여금 삼손의 장인을 죽이도록 만든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기초연금 환수담당자들은 “대상자들의 분노가 하늘로 치솟을 정도여서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노인들을 설득시킬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집행이 불러올 후유증인 것이다. /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