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오랜만에 모악산에 올랐다. 김제 금산사에서 가장 가까운 코스로 정상에 올랐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완주구이에 있는 주차장에서 오르면 1시간 반 정도면 되는데 금산사 쪽에서는 1시간이 더 걸렸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런지 금산사 쪽에서 모악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평일이긴 했지만 산행 도중 만난 사람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박장우 언론인(전북포스트 주필)

늦가을 등산길에 자주 발견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새집이다. 사람들이 오가는 곳, 그것도 지팡이로 닿을만한 낮고 가까운 곳에 새집들이 있다. 물론 새끼를 낳고 키워서 모두 떠난 빈집들이다. 여름에는 나뭇잎에 감추어져 있던 것들이지만 말이다.

새들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집을 짓는 것은 천적인 뱀을 피하기 위해서다.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에 새집을 지었다간 뱀들로부터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게 될 것을 새들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늦가을에 만나는 산이 주는 교훈은 무엇보다 감추일 것이 전혀 없다는 점 아닐까 싶다. 능선과 골짜기가 한 눈에 들어와 등산로를 벗어난 경우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마을이 있는 곳을 향해 아래로 내려오기만 하면 되니까.

검찰수사로 전모가 점차 드러나고 있는 최순실게이트를 보면서 국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박근혜대통령까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통령 하야 또는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는 산속처럼 지금 국민들은 최고 권력과 주변의 치부를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검찰 수뇌부는 마치 모악산 정상에 오른 산꾼처럼 모든 것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상황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지금 능선 너머 가려진 부분에 숨어있는 ‘박근혜대통령 뇌물죄’를 향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 같고 말이다.

요즘 최순실 이름 석자와 관련됐다 하면 잘 나가던 일도 끝장나는 때다. 이런저런 이권이나 의혹이 개입됐을 가능성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순실게이트의 먹구름이 새만금 개발사업에도 드리우고 있는 모양이다. 김관영 국회의원(군산)이 대표 발의했던 내국인 카지노 설치를 골자로 하는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이 청와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제안을 받고 추진됐다고 한 언론에 보도됐다.

김의원은 송하진도지사와 이병국새만금개발청정과도 상의했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역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단체들도 김의원을 향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진실을 밝히고 발의됐던 관련법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말이다.

최순실게이트의 흐름은 대동소이한 것 같다. 비선실세라는 최순실이 박근혜대통령에게 이야기하면 박대통령이 안종범 전 경제수석에게 지시해서 기업체나 담당자들에게 전달되고 실행되도록 하는 구조 말이다.

새만금특별법 개정안 발의도 제 3자에게서 이권청탁을 받은 최순실이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안 전 수석에게 지시돼서 김관영의원에게 발의하도록 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인 것이다.

김관영의원은 새만금특별법 개정안 발의 당시, 새만금에 내국인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가 유치될 경우 미국의 마리나배이센즈측에서 5-10조원을 투자하고 상시고용인원 3만명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번 안종범 관련설이 제기되자 김관영의원은 송하진지사와 이병국새만금개발청장과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주장했는데 두 사람의 의향은 어땠는지 밝혀져야 할 대목 같다. 해당 언론사는 김의원이 전북도나 새만금개발청과 사전에 협의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안종범 관련 의혹을 제기했었다.

그리고 송지사가 이청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그 배경도 자못 궁금하고 말이다. 표면적으로는 새만금개발청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의구심인 것이다.

모악산 등산로의 철지난 새집처럼, 권력주변 밀실거래에 대한 검찰수사와 같이, 새만금카지노 추진경위도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라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