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운천 국회의원(전주 을)이 국회 예결위 조정소위에서 제외된데 “납득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주 예결위 조정소위 첫 회의를 앞두고 당초 조정소위 위원으로 배정됐던 정의원을 빼고 친박계인 김선동의원으로 교체했다 한다.

박장우 논설위원

정치권에서는 정의원이 지난달 말, 비박계의 친박 지도부 퇴진성명에 동참한데 대한 정치보복 아니냐 하는 해석이 일고 있다.

전북에서 새누리당 정운천의원이 당선된 것은 1996년 신한국당 강현욱(군산)후보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전남의 이정현의원(순천)에 이은 호남지역에서의 쾌거였다. 당초 정의원을 예결위 조정소위에 배정한 것도 이같은 점을 배려하여 이루어진 것 아닌가 생각된다.

시위나 집회는 삭발이나 단식과 더불어 약자들이 강자들에게 불만이나 저항을 표시하는 수단중 하나이다. 단순한 말이나 행동으로는 효력을 발휘하기 힘든 일도 강도 높은 저항 수단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상대방이나 국민들에게 충분히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주말마다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최순실사태’관련, 대국민집회도 그중 하나다.

정운천의원의 1인 시위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개인 성격상 어지간해서는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점 아닐까 싶다. 예전 같으면 집권여당 국회의원이 국회 또는 길거리에서 시위나 집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20대 국회에서의 새누리당은 좀 다른 것 같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원사나 김재수장관 해임결의 의사진행에 불만을 품고 집단농성을 하거나 이정현대표의 단식농성도 있었다. 언론에서는 집권여당의 연이은 집단행위에 대해 비정상적인 행위라고 혹평하기도 했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짧은 기간동안 국민들에게 예상밖의 실망감을 적지 않게 준 것 같다. 청와대에 대한 직언은 고사하고 때에 맞지 않은 언급은 물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정현대표의 단식농성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코미디적 요소도 없지 않았었다. 단식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의문이 되는 상황인데도 이대표는 ‘어영부영’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하더니 겨우 7일만에 초죽음이 된듯해서 앰뷸런스에 실려 갔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정치인들의 의미있는 단식으로 김영삼, 김대중 전대통령의 예를 들곤 한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1983년 23일간의 단식을 통해 전두환 신군부에 대한 민주화 투쟁에 불을 붙였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1990년 13일간의 단식을 통해 노태우정권으로부터 지방자치제를 받아냈다.

삭발도 개인 또는 집단적 저항수단의 하나로 곧잘 활용되곤 한다.

2003년, 새만금 4호방조제에 대한 법원의 공사중단 결정이 내려졌을 때 강현욱 당시 지사가 보여준 삭발투쟁도 도민들에게는 인상 깊다. 강지사는 정통 공무원 출신인데다. 관선지사, 농림부장관까지 역임, 삭발 같은 극단적인 행동은 기대하기 힘든 사람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도 강지사는 서울 대규모 도민집회에서 머리를 박박 밀었다. 그 덕 때문인지 법원의 방조제 공사 중단 결정은 몇 달이 안돼 취소되기도 했다.

정운천의원의 이번 1인 시위는 저항 강도가 엄청 높아진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면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의 예결위 조정소위 약속조차 정치적 이해관계로 그렇게 쉽게 뒤집을 수 있는가 하는 도민들의 공분은 충분히 얻어낸 것 아닌가 싶다. 실제 정의원 지지자들이 대거 상경, 새누리당에 항의하기도 했다.

한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호남을 대표하는 집권여당 의원으로 촉망받기도 했으나 지금은 새누리당 비박계는 물론 국민들로부터도 ‘대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신세가 됐다. 정운천의원은 전주 을에서 힘겹게 당선된 사람이지만 1인 시위 한번으로 도민들은 물론 호남 전지역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저항 하나만으로도 정치인의 운명이 하늘과 땅을 오가는 사례를 지금 도민들은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