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통령이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했지만 정치권은 물론이고 도민들도 별로 반가운 느낌이 아닌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위기정국을 돌파하려고 한광옥 실장을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있다는 혹평마저 나돌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은 지난주 노무현정권 시절 대통령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교수를 총리내정자로 전격 발탁한데 이어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박장우 논설위원

청와대는 “한광옥 실장이 오랜 야당생활을 했고 김대중대통령 비서실장, 여당 대표 등을 역임했다”며 한 실장의 역할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야권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한광옥실장이 인사차 국민의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김대중대통령 비서실장을 했던 사람이 국무총리라면 몰라도 박근혜 비서실장이라니 웬말이냐”고 핀잔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이 한광옥비서실장 임명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정치적 배신자 또는 변절자라는 것이 첫 번째다. 문병호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한광옥실장은 김대중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이지만 지난 대선때 박근혜 사람으로 변신한 변절자”라며 “정치적으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깎아 내렸다.

두 번째 이유는 사면초가에 처한 박근혜대통령에게 있어 한광옥 비서실장 카드는 다분히 정략적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인 것 같다. 한광옥실장의 경우 야당을 설득해서 김병준 국무총리 인준 등 정국 정상화를 이끌어 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권에서는 허수아비 비서실장이라고 폄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근혜정권에서 전북인사 중용을 간절히 바랐던 전북 도민들에게 있어 한광옥 비서실장 발탁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환영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도민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것은 박대통령의 인사에 있어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고 인물도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점 같다.

전북 도민들에게 비치는 한광옥 실장의 이미지는 상당히 훼손돼 있는 듯 싶다. 김대중정권에서 비서실장도 했고 새천년민주당 대표도 맡았었지만 부정비리에 연류돼 감옥생활을 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지방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에서 야당 공천을 받으려고 기웃거렸다가 실패하고 정통민주당까지 창당해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2012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후보 진영에 합류한 사실을 도민들은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좀 특이한 자리 아닐까 싶다. 절대 권력자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모든 것을 챙겨야 하는 상머슴과 같은 존재로서 말이다. 그만큼 비서실장은 어렵고도 힘든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광옥 실장은 최초로 두 명의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실장이 된 것이다. 그것도 진보 대통령인 김대중과 보수 대통령인 박근혜를 모시는 비서실장으로서 말이다.

정치적으로 같은 성향의 대통령을 둘 모시기도 힘들 것인데 성향이 전혀 다른 사람을 모시는 일이 가능하겠느냐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야권에서는 국민들 기분이나 맞추려고 하는 국민 대통합 코스프레 인사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광옥 비서실장 입장에서는 또 다시 어려운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한광옥 실장은 당초 국무총리를 희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스스로 자원했는지 아니면 등 떠밀렸는지는 몰라도 비서실장 자리를 받게 됐고 말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한광옥실장은 국무총리 감은 아니지”라고 평가절하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대통령이 갈수록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세다. 개헌도 제안하고 국무총리 등 인사권도 행사해 보고 사과도 거듭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전혀 아닌 것 같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든다는 속담이 들어맞기라도 하듯 말이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한때는 전북인들에게도 자랑스런 인물로 꼽혔던 인물인데 자신 앞에 펼쳐진 난국을 어떻게 헤집고 나갈 것인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요즘이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