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두는 단연 ‘최순실의혹’과 ‘송민순회고록’ 아닐까 싶다. 하나는 박근혜대통령의 비선실세 관련 비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 더민주당 전대표의 안보관과 관련된 사안이다.

박장우 언론인

몇 달전부터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최순실의혹은 야권에서 박근혜대통령의 비선 실세라고 주장하고 있는 최순실씨, 박정희 정권 때부터 거론됐던 최태민목사의 딸이라는 사람과 관련해서 벌어지고 있는 의혹들이다.

처음에는 단순 증언들로 시작됐던 수많은 의혹들이 최근 들어서는 상당히 실체에 접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청와대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인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을 넘어서는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말았다.

최근 발간된, 노무현 참여정부 당시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냈던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은 기록 그 자체라고 평가될 정도다.

그 책 내용 중 2007년 11월21일, 유엔에서 한국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했을 때, 정부 논의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더민주당 전대표가 북한의 의향을 묻자는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의 제안을 수용했다는 내용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

만약 송 전장관의 회고록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외교정책을 결정하면서 북한의 결재를 사전에 받았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의혹을 ‘모르쇠’로 바라보던 청와대의 대응이 정면돌파로 바뀌었다. 박근혜대통령은 최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 처벌을 지시했다. 현재 검찰도 적극적인 수사를 펼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국민들의 지지도가 심각할 정도로 하락, 박근혜대통령도 어쩔 수 없었던 결단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리고 야권에서는 박대통령이 청와대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과의 연관성을 부정함으로써 검찰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이제 일단 검찰 수사로 넘어간 것 같다.

다만 앞으로 검찰수사가 미진하거나 최순실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박대통령을 바라보는 여론은 쉽게 호전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게다가 검찰수사 결과, 최순실의혹이 청와대와 연결되는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물론 최순실의혹이 논란을 벗어날 정도로 엄정하게 처리되는 경우 박근혜대통령이 국정을 꾸려나가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없지 않다.

문재인 더민주당 전대표는 현재 송민순회고록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채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야당에서는 송민순회고록 사건을 4년전의 NNL(서해 북방한계선)포기논란 때의 판박이라고 한다는데 문재인 전대표측에겐 대처해야 할 시간이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때는 대통령 선거일을 눈앞에 두고 다급했지만 지금은 조금은 여유로운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서 한국정부의 기권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난 직후이고 북한총리가 서울에 오고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북한인권결의안 찬성은 어려웠을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북한문제만 나오면 굉장히 작아졌다”고 소회한 송 전장관의 말처럼 당시에는 북한에 기권 운운 하고 묻는 것 자체도 부담되는 문제 아니었을까.

물론 송민순 전장관의 입장은 좀 달랐던 것 같다. 미국이나 일본 등 우방국들의 찬성압박을 받고 있었고 전문 외교관료의 집단의견도 무시하기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송 전장관은 찬성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고 문재인 전대표 측에서는 설득해야 했던 것 같고 말이다. 그러다 송 전장관에게는 북한의견을 물어보자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는 말도 누군가 했을지 모르고...

송민순회고록에 대한 문재인 전대표측 대응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검찰수사로 최순실의혹이 국민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되면 문재인 전대표에게 쏠리는 국민적 관심과 비난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될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되는데 필요한 민심을 얻는 것도 힘들게 되고 말이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