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계복귀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2016.10.20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정계은퇴를 선언한지 2년3개월여만인 20일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정계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오후 4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4년7월31일 정치를 떠난다는 말씀을 드린 그 자리에 다시 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손 전 고문은 "대한민국은 지금 무너져 버리고 있다. 87년 헌법 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다"며 "지난 30년 동안 조금씩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리더십은 이제 완전히 실종됐다. 6공화국 체제에선 누가 대통령이 돼도 더 이상 나라를 끌고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는 지금 성장엔진이 꺼졌다"며 "고통스럽더라도 우리 경제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은 정치와 경제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를 언급한 손 전 고문은 "이 일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당대표를 하면서 얻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며 "당적도 버리겠다"고 민주당 탈당 의사를 표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장에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제3지대에 머물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손 전 고문은 "제가 무엇이 되겠다는,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다"며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저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다. 질곡의 역사를 겪으면서도 세계사에 유례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란 자부심만 남기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강진살이 2년 2개월, 매일 아침 일어나 방문을 열고 툇마루에 나가 앉으면 강진만이 보인다. 그 한가운데 떠 있는 섬, 가우도를 항상 바라봤다. 소멍에라는 뜻의 이름으로 소가 멍에를 메고 물건을 가득 싣고 가는 형상"이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아 텅 빈 제 등에 짐을 얹어달라"고 국민에게 요청했다.

아울러 손 전 고문은 "제7공화국을 열기 위해, 꺼져버린 경제성장의 엔진을 갈아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만 보고 소걸음으로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그간의 전남 강진 생활에 대해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년간 유배생활을 하며 저술작업을 한 곳이 강진이었다면서 "저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다산에게 묻고 다산의 질문에 대답하는 상상의 대화를 끊임없이 나눴다"고 돌아봤다.

이어 "다산의 눈으로, 저의 가슴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제 부족한 능력을 다해 겨우 완성한 작은 책 '나의 목민심서-강진일기'를 송구한 마음으로 세상에 내놓는다"고 들고 온 책을 들어보이기도 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