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때문인지 요즘처럼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때도 없었던 것 같다. 권력 측근 비리 의혹을 비롯하여 사회 곳곳에서 해법을 찾지 못한 논란과 논쟁으로 온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게다가 상대방의 의견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민족성까지 가세하고 있는 듯해서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인 것 같다.

박장우 논설위원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서울대병원 백선하 주치의와 특별조사위 이윤성 위원장의 상반된 주장에 온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이 물대포로 시위를 진압하는 현장에서 백남기 농민이 쓰러져 병원에 이송된 이후 치료를 담당했던 백선하 주치의는 사망진단서에 직접적인 사망원인으로 ‘심폐정지’라고 적었다. 백 주치의는 백씨가족이 생명연장을 위한 지속 치료를 거부, 백씨의 심장이 정지해서 사망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서울대 출신 의사들이 원칙에 어긋난 사망진단서라며 반발했고 급기야 특별조사위원회까지 꾸려져 진상조사에 나섰는데 이윤성 위원장은 백씨의 사망은 외부 원인으로 사망한 ‘외인사’라고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교통사고를 당해 1년 뒤 합병증으로 사망했어도 교통사고 사망사라는 논리와 같다.

경찰은 백남기씨의 정확한 사망원인 규명을 위해 부검하자도 압박하고 있고, 백씨 가족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까지 나서 ‘외인사다.' ‘병사다.' 하며 대치하는 형국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하나 있다. 문재인 공산주의자 발언 당사자인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이념 편향성 논란이다. 국감장까지 불려나와 야당의원들로부터 집중 추궁을 당했지만 고이사장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최근 고이사장의 문재인 발언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법원으로부터 명예훼손죄로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때문이다.

고이사장은 2013년 초, 한 보수단체 모임에서 1981년 신군부 통치시절, 부산지역 교사, 학생들이 중심이 된 부림사건은 공산주의자들이 벌인 사건이고 재심사건을 변호했던 문재인도 공산주의자라고 주장, 문재인측에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고이사장은 이런 법원판결마저 민주당성 판결이니 급진좌파 판사의 작품이니 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대법원에서 2014년 재심을 통해 무죄선고를 받은 부림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이 좌편향 돼서 나온 판결이라고 주장한다는 이야기다.

요즘 전개되고 있는 야권의 의혹제기와 정부여당의 모르쇠는 우리나라 모든 논쟁과 논란의 극치를 보게 하는 것 같다.

우병우 민정수석을 비롯 미르,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최순실 딸, 차은택 특혜 의혹 제기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게 요즘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모두 ‘정치적인 공격’이니 ‘정치적인 음해’니 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물론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이나 야당도 딱 부러진 증거는 대지 못한다. 다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면 ‘심증은 가되 물증이 없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다분히 사변(思辨)적이라고 말해진다. 형식적이고 따지기 좋아한다는 의미에서다.

조선시대 17대 왕인 효종 붕어시와 효종비 장례 때 효종의 계모였던 자의대비가 얼마동안 상복을 입을 것인지를 놓고 서인과 남인이 치열하게 다퉜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사화까지 초래됐다.

양측 모두 나름대로 주장하는 이유가 있었지만 당시의 조선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문제를 놓고 벌인 논쟁이었다는 후대의 평가다.

일제시대 중국에서 택시사업을 했던 일본인이 전한 이야기다.

“회사에는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이 일했는데 세 나라 사람의 특성이 달랐다. 손님이 택시를 불렀다가 취소했다고 하자, 일본인은 인사를 꾸벅하고 돌아가고 중국인은 아무 말없이 가고 한국인은 왜 안타느냐고 따졌다. 일반 상식으로 보면 한국인의 태도가 옳지만 장사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찌 그렇겠느냐...?”.

앞으로 전개될 대권 표심을 놓고 벌어질 정치판의 한판 싸움으로 국민들은 얼마나 더 피곤해져야 할지 자못 걱정이 앞서는 요즘이다. 선진 국민으로의 발돋움도 요원해질 듯 싶고 말이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