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3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새누리당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전북 정치권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꾸짖었다.

그는 “새만금은 지난 88년에 시작해 2018년을 앞두고 있는 등 30년 동안 줄곧 공사 중이다”며 기존 전북 정치세력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새누리당 안에 조만간 ‘새만금특위’를 발족시켜 2020년까지 1단계 마무리 등 새만금 속도전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박장우 논설위원.

이 대표의 이 같은 파격적인 발언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운천 새누리당 전북도당 위원장의 체면 살려주기 차원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도 없지 않다.

지난 3일 전주에서 처음 열린 새누리당 호남권 전당대회에서 당초 기대와 달리 당대표 후보들은 물론 최고위원 후보들 누구도 전북현안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지원대책을 발표하지 않아 정운천 도당위원장만 머쓱해졌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도 이 대표의 급거 상경과 형식적인 논의 수준에 머물러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고, 일부에서는 이 대표의 ‘말잔치’ 또는 ‘점찍기’ 방문이라는 혹평도 없지 않았다.

물론 이 대표는 “이미 호남 정치는 빅뱅(big bang)이 이뤄졌다. 호남 마음의 문을 여는 변화를 놓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 차원에서 호남을 적극 공략할 뜻을 밝혀 전북 구애도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임은 시사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에둘러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석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당대표 선출 이후 전북을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이 대표는 ‘전북 무장관’ 지적에 탕평인사 건의를 약속했고 청와대 오찬모임에서 박근혜대통령과 독대하는 자리도 가졌음에도 불구, 전북 무장관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대표는 나중에 “인사안이 이미 결정난 것 같더라”고 해명했는데 권력 앞에 약한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 대표는 24일 열린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바람론’을 펼쳤다. “벼가 익고 과일이 익는 것은 보이는 해와 구름, 비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바람도 한 작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 현안에 대한 이 대표의 발언이 들리지 않는다는 당내 지적에 이 대표는 바람처럼 보이지 않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고 한다. 꼭 돌아가신 성철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하는 말 같다.

오죽했으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바람보다는 천둥 번개처럼, 더 전광석화처럼 역할을 했으면 국민 바람에 부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훈수했을까 싶다.

이 대표의 ‘새만금특위’ 발언에 대해서도 당대표 선출과정에서 밝힌 ‘새만금 예산폭탄’ 약속부터 먼저 지키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전북도는 내년도 새만금 관련 국가예산으로 내부간선도로 등 8개 사업 6210억원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5개 사업 1628억원만 최종적으로 반영한 상태라고 한다. 말보다 행동으로 먼저 보여달라는 도민들의 주문인 셈이다.

그리고 전북현안이 정부예산에 차별 반영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호남권 3개 광역단체가 새누리당에 긴급현안을 건의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전북 최대 현안의 부처 반영률이 26.4%에 그친 반면 광주시 현안의 부처 반영률은 53.9%를 기록했고 전남지역 현안의 부처 반영률도 45.5%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현안이 중앙 부처에서 평가 절하되고 있다는 것인데 전북출신 국회의원들이 새겨들을 이야기인 것 같다.

오는 9월부터는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그리고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대한 국회심의도 조만간 본격 착수되게 될 것이다.

새만금에 대한 통큰지원을 약속한 새누리당 이정현대표, 전북도민들은 그의 약속이 구두선으로 그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표로부터 무능함을 지적받은 전북출신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전북 정치권도 더욱 분발, 오명을 씻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전북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사람일수록 더욱 부끄럽게 받아들이고 반성하면서 말이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