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수군에 있는 장안산 일대에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선다고 해서 여간 시끄럽지 않다. 장수군, 군의회 그리고 지역주민들은 물론 산악인들도 반발하고 있다. 청정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발전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일명 장수풍력발전단지로 불리는 이 사업은 더윈드파워 등 3개 업체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군립공원 장안산과 백두대간 영취산, 백운산 그리고 지지계곡에 3MW급 풍력발전기 20-30기를 설치할 계획이라 한다.

박장우 논설위원

이들 업체들은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현재 산업자원부에 사업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국유지가 대부분인 이 지역을 관할하는 서부지방산림청은 사전검토 결과, 백두대간 지역이라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풍력발전사업 주무부서인 산자부의 의중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풍력발전기는 군산 비응도에 가면 구경할 수 있다. 초대형 풍차 같이 생겼는데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신기함마저 느끼게 한다. 미국 등 외국에는 사막 등지에 풍력발전소가 세워져 있는 모습이 텔레비전 등을 통해 전해지기도 한다.

풍력발전기는 바람의 힘을 이용. 전기를 생산하는 기계다. 당연히 바람의 힘이 셀수록 전기생산량도 많을 것은 물론이다. 장안산 일대에 풍력발전단지가 추진되고 있는 것도 이 지역에 바람이 세기 때문 아닐까 싶다.

문제는 현재 실험대상인 풍력발전기가 백두대간이나 호남금남정맥까지 훼손해가며 설치돼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강원도 대관령 등지에는 육상풍력발전소가 설치돼 있다. 아마 동해에서 넘어오는 강한 바람을 이용하는 발전소인 듯싶다. 사업성도 괜찮은 듯 발전소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풍력발전소하면 해안가나 섬에 설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군산풍력발전소도 그중 하나이고 말이다.

그리고 육지에서 전력공급이 어려운 섬 지역에서는 풍력발전사업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아직도 경제성은 보장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전은 “풍력발전이나 태양열발전이 앞으로 5년내 충분히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한다. 아직도 기대치를 말하는 단계인 것이다.

실제 충남도에서도 서해안에 풍력발전소를 설치하려고 시도했으나 사업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충남에도 방조제 등 풍력발전단지를 만들 만한 곳이 6곳에 이른다고 한다.

삼성이 새만금투자를 망설이는 것도 사업성 때문으로 전해지기도 했었다. 삼성은 새만금산업단지에서 23조원을 투자,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신재생에너지사업 자체가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중소규모 풍력발전업체들이 성업하고 있는 것은 정부나 지자체 지원 때문 아닐까 싶다. 자기 자본 별로 안들이고도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장안산 일대가 국유지라는 점도 업체들에게는 군침을 돌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신재생에너지사업은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는 계속 추진돼야 한다. 그래야 기술이나 노하우가 축적되고 경제성도 차츰 나아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전북도에서도 육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한다. 풍력발전 메카로 만들겠다는 거창한 구호까지 내걸고 있는 모양이다. 장수 군민들은 장안산 풍력발전단지도 이런 배경에서 추진되고 있지 않나 추측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나 전북도는 장악산이나 지지계곡과 같은 청정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무리수는 두지 말아야 한다. 청정자연은 한번 무너지면 다시 살려낼 수 없다. 지금 전북의 청정자연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전북의 최고 재산이 되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전북의 산맥이 갈라져 나오는 영취산, 그리고 전북의 산줄기가 처음으로 하늘로 치솟은 장안산에 괴물 풍력발전기가 들어선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리고 풍력발전단지를 만든다고 곳곳을 파헤치고 망가뜨려 놓을 것을 생각해보라. 장안산 계곡에 잠들어 있는 주 논개의 혼령도 놀라 깰 것이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