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가제의 원래 의미는 다른 물질에 가하면 그 물질의 성질을 개선 또는 강화하거나 다른 물질로 바꾸는 물질을 말한다. 즉, 첨가제를 통해서 뭔가 좋아지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 특히 제조되어 상품으로 구입하는 것에는 첨가제가 들어간다. 문제는 이 첨가제가 뭔가 좋아지게 하는 게 목적인데 ‘건강’을 좋아지게 하는 데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식품의 보존이나 색깔, 크기 그 자체를 좋아지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첨가제를 넣는 경우도 있다.

각종 식품 첨가제가 들어가는 고기 가공식품들.

비록 식품에 들어가는 첨가제는 아니지만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또한 첨가제의 일종이다. 물의 균을 없애주니까 건강에 더 좋을 것 같아서 우리는 살균제라는 첨가제를 써 온 것이다. 그런 첨가제 때문에 수많은 아이들이 숨을 거두었다. 폐가 망가져서 호흡곤란이 오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라는 첨가제만 목숨을 빼앗아갈 정도로 위험할까?

지난 2015년 가을 WHO에서는 소시지, 햄은 석면과 같은 발암물질 1군, 술과 담배보다 더 해로운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발암물질 2군인 제초제 보다 더 위험한 1군인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바로 소시지나 햄에 들어가는 아질산나트륨이라는 첨가제 때문이다. 아질산나트륨은 소시지를 먹음직스러운 빛깔과 향을 낼 수 있게 만든다.

극히 소량만 첨가해도 고기의 먹음직스러운 붉은 빛깔을 낼 수 있고 지방의 산패가 늦춰져서 고기가 상하지 않게 도와준다. 이런 긍정적인 역할을 하니 식품제조업에서 이런 첨가제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 발암물질 논란으로 미국에서는 1920년대에 이미 아질산나트륨 사용량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아질산나트륨의 사용량을 69% 감소시켰다. 미국의 위암 사망률 또한 극적으로 감소되었다.

이런 결과가 발표되고 발암물질로 규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소시지와 햄 사랑은 멈추지 않고 있다.

여름날 캠핑장에 가면 고기와 소시지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지만 먹고 죽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것도 그냥 편안히 죽는 것이 아니라 암의 통증과 고통, 엄청난 치료비용, 사회적 관계 단절 등을 끌어안고 죽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우리가 먹는 먹거리가 자본의 노예가 되는 순간 먹거리는 절대 안전하지 않다. 싸고 편하고 입맛에 자극적인 것만 추구하는 우리들이 만든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과거에 우리 부모 세대는 집에서 쌀뜨물로 가축을 기르고, 풀을 먹이고, 그 가축은 논과 밭에서 일을 하면서 생을 다하다가 고기로 만들어져 식탁에 올랐고, 그 고기로 소시지와 햄를 만들었고, 일체의 첨가물도 넣지 않고 각종 야채를 넣어서 만들었다.

쫄깃함이 덜할지라도 그렇게 자급자족하면서 살아왔었다. 그러나 대량생산과 유통을 통해 싸게 자주 많이 먹게되는 것을 강조하는 소비문화가 확대되면서 우리는 편리함의 노예가 되어 우리 스스로의 몸을 죽이고 있었다.

장윤영씨는 사회복지학 교수이면서 '전주빵'이라는 브랜드로 우리밀 수제팥빵과 전주비빔빵을 만들고 있는 고령자친화 사회적기업 ‘천년누리’의 대표다.

아이가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면 우리 부모들은 난리가 나겠지만 소시지와 햄을 먹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 간다. 오히려 아이들 입맛을 위해 부모가 사주기도 한다.

우리 아이도 햄 들어간 김밥이 맛있는데 엄마는 햄을 안넣어줘서 맛없다고... 친구들은 다 햄 들어가는 것 싸오는데 엄마는 닭고기만 넣어 주냐고 핀잔을 주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시중에 파는 햄을 넣어 김밥을 싸주기도 한다. 나는 아이에게 인기있는 엄마이고 싶었나 보다.

"아무 거나 잘 먹어야 잘 크지"라는 옛 말은 말 그대로 옛 말이여야 한다. "아무거나 먹으면 아무거나 되거나, 덜 떨어진 사람이 되거나, 아픈 사람이 된다."라고 이야기해야 옳다.

고기를 먹으려면 풀과 통곡물을 먹는 고기를 먹고 ,햄과 소시지를 먹으려면 불편해도 직접 만들어먹는 기술을 배우고, 배울 시간이 없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건강한 소시지와 햄을 사먹어야 한다. 그런 소비가 이루어질 때 건강한 동물은 키워지고 건강한 가공육도 생산이 활발해질 것이다. / 장윤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