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월21일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비난에도 굴하지 않아야 한다. 비난이 무섭다고 피해가지 말고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요즘 ‘사드배치 반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 ‘청와대 공천개입 의혹’ 등 3각 파도를 맞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박장우 논설위원

국정의 최대 뇌관으로 떠오른 사드 성주배치는 박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되어 진다. 만일 사드가 다른 지역, 정치적으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곳에 배치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과 같은 주민집회로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북 성주는 박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나름대로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주민 설득에는 엄청난 노력과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지금 그 과정에 있고 말이다.

박대통령이 직면하고 있는 두 번째 위기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 문제 아닐까 싶다. 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은 처가 재산문제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다른 의혹들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여당의원들도 자진사퇴를 요구할 정도다.

고위공직자들의 일탈행위로는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을 비롯하여 사드배치를 발표하던 시각,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백화점에서 쇼핑했던 일, 그리고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 자리를 섣불리 그만둠으로써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 점 등이 집중 부각되면서 국민적 비난이 고조됐다.

박대통령의 세 번째 위기는 청와대 공천개입 의혹으로 촉발된 새누리당 내분이다. 친박계 인사라는 최경환, 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 원로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인 화성갑의 예비후보였던 김성회 전 의원에게 지역구 변경을 요구하는 통화 내용이 언론에 그대로 공개됐다.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라며 협박에 가까운 말투도 서슴지 않았다.

비박계는 검찰수사를 거론하며 친박계를 공격하고 있고 친박계는 27일 대규모 회합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8월9일 전당대회를 앞둔 양측의 물러설 수 없는 일전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근래들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이들 사건들을 정권말기 현상으로 규정하고 국면쇄신을 위한 전면 개각을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국민적 관심을 끄는 뉴스가 있다. 친박계의 좌장인 최경환의원이 모 그룹측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고 한 언론사가 보도했다. 최의원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해당 언론사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양측은 추가보도와 고소를 이어가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말기에는 친인척 비리나 측근 실세들의 부정으로 얼룩졌었다. 민주정권이라 했던 김영삼정권이나 김대중정권 때는 아들들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어야 했다. 그리고 노무현정권이나 이명박정권은 퇴임 이후 친형들이 온갖 부정비리에 연루돼 교도소 생활을 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 박근혜정권이 말기현상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소통령이라 불렸던 김현철씨 문제로 일부에서 하야까지 요구하자 “어떤 일이 있어도 임기는 채우겠다”고 발버둥친 적이 있었는데 퇴임후 회고록에서 “대통령의 영광은 당선되던 때 짧은 시절 뿐이었고 임기 내내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박대통령은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군 최고책임자의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고, 앞으로도 국민을 지켜내기 위해 해야 할 것은 최선을 다해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들은 지금의 난제들을 박대통령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전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박대통령이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인 것 같기도 해서 안타깝다는 생각인 것이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