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7월17일은 초복이었다. 여름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날인데 요즘 무더위는 이미 6월부터 시작됐다. 기후변화로 한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돈 지 오래다.

초복은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네 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로부터 첫 번째 경일이다.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돼 있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린다.

박장우 논설위원

그러나 해에 따라서는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삼복기간은 여름철 중에서도 가장 더운 시기이다. 몹시 더운 날씨를 가리켜 ‘삼복더위’라고 부른다.

복날은 24절기의 하나도 아니다. 그렇다고 명절도 아니다. 그런데도 복날은 달력에도 표시돼 있고 사람들은 복달음도 빠지지 않고 챙긴다.

복날은 원래 중국의 속절(俗節), 제삿날 이외에 철이 바뀔 때마다 사당이나 조상의 묘에 차례를 지내던 날이다. 그리고 조선시대 궁궐에서는 종묘에 피, 기장, 조, 벼 등을 올려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도 전한다.

복날은 뭐니 뭐니 해도 보신 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개를 잡아서 개장국을 만들어 먹거나, 중병아리를 잡아서 영계백숙을 만들어 먹는다. 또 팥죽을 쑤어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 하여 팥죽을 먹기도 했다.

한편 복날, 어른들은 산간계곡에 들어가 탁족(濯足 : 발을 씻음)을 하면서 더위를 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안지방에서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냈다.

우리나라는 복날에 외국인들의 맹비난에도 불구하고 보신탕 소비가 급증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복날의 유래를 보면 복날 자체가 개와 연관이 없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중국의 <사기>에 의하면 진의 덕공 2년에 비로소 삼복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진, 한나라 이후 삼복을 숭상하여 한때 조정에서 신하들에게 고기를 나누어 주었으며, 민간에서도 더운 여름에 식욕이 떨어지는 것을 보충하기 위해 육식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진나라 시대에는 개를 문에 달아매어 재액을 막는다는 풍속이 널리 퍼졌다고 한다.

서양 문화권에서도 일년 중 가장 더운 때를 Dog days라고 칭했다. 이는 북반구의 한 여름에 큰개자리 시리우스성이 태양에 근접하기 때문에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자어 복(伏)자도 사람 옆에 엎드린 개를 표현하고 있다. 복은 오행설(五行說)에 있어서 가을의 서늘한 금기(金氣)가 여름의 더운 화기(火氣)를 두려워하여 복장(伏藏 : 엎드려 감춘다)한다는 뜻에서 생겨난 말이라고 전해진다.

최남선의《조선상식》에서는 복날을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즉 복(伏)은 꺾는다는 뜻으로, 복날은 여름 더위를 꺾는 날이다. 더위를 피하는 피서가 아니라 더위를 정복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들이 개고기를 즐겨하는 것은 조상들의 식문화에서 그 원류를 찾는 전문가들도 있다. 만주지방에 살던 오랜 선조들 때부터 우리 민족들은 개와 더불어 살면서도 다 자라면 잡아먹기도 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큰 병이 나거나 수술을 받은 경우 보양식으로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권유하고 있기도 하다.

복날에는 사람들마다 “복달음은 했느냐”고 인사를 주고받는다. 마치 아침밥 먹었냐는 식으로 말이다. 복날 음식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복달음은 펄펄 끓는 음식을 즐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실상은 무더운 계절이라 음식이 상할까봐 그랬을 것 아닌가 싶은 것이다.

이번 주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보다. 기상청은 노약자나 어린이 등 건강이 취약한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삼복기간을 맞아 이웃이나 친구들과 복달음을 나누며 무더위를 꺾어보면 어떨까 싶다. 올 여름 무더위, 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듯 보인다. 더욱이 지금 국민들은 사드배치 문제로 한창 열 받고 있으니까 말이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