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나이에 있는 딸애들 때문인지 이런저런 결혼연령 조사발표에 관심이 적지 않다.

얼마 전에는 지나가는 TV 자막에 우리나라 초혼연령으로 남자 35.8세, 여자 32.7세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유명 결혼알선업체에서 자기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결혼연령은 남자 32.6세, 여자 30.0세로 결혼알선업체 초혼연령보다 다소 낮았지만 우리나라 여자의 결혼연령도 처음으로 30대로 올라섰다고 한다. 2014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결혼연령은 남자 32.4세, 여자 29.8세였었다.

박장우 논설위원

우리나라 결혼연령은 남녀 모두 10년 전에 비해 두살 이상 많아진 것으로 알려진다. 취직이 어려워진 이유도 있지만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아주머니는 요즘 걱정이 많다. 아들 녀석이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오랫동안 사귀어온 여자 친구가 있는데도 말이다. 아주머니가 “언제 결혼할 것이냐”고 다그치면 아들 녀석은 “가만 있어봐”만 되풀이하고 있단다.

옛날 같으면 시집가서 애들도 뒀을 우리 딸애들도 서른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결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저희 친구들 결혼식에는 서울까지도 뻔질나게 쫓아다닌다. 답답해서 “언제 시집갈 것이냐”고 물을라 치면 “아직 멀었다”고만 말한다. 저희 친구들도 결혼 안한 사람들이 아직은 훨씬 많다고 반박한다.

2015년 통계를 보면 혼인건수가 30만건으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는데 결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안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여성들의 결혼 시기가 늦춰지면서 저출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계청은 "작년 합계 출산율(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은 1.24명으로 전년의 1.21명보다는 0.03명 올랐으나 여전히 초저출산국가"라고 발표했다.

나는 서른 둘, 그리고 집 사람은 서른이 되던 해에 결혼했다. 30년 전의 일인데 당시로서는 상당히 늦은 결혼이었다. 그리고 2년 뒤에 쌍둥이로 딸애들을 낳았다. 늦게 결혼한데다 애들도 늦게 낳은 것이다.

올해로 60 고개에 올라선 집 사람은 요즘 친구들로부터 손자 손주 사진 받아보느라고 정신이 없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아들 딸들을 결혼시켰다고 한다. 물론 결혼을 빨리 한 친구들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자 손주들도 있고 말이다.

결혼을 늦게 하고 애들도 늦게 낳다 보니 50대 후반이 돼서야 학부모 신세를 겨우 면할 수 있었다. 처음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둔 50대 중반에도 애들이 고등학교 학생들이었다. 집사람도 돈벌이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었다.

집사람은 결혼한 이후에도 2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했던 맞벌이지만 애들 진학이 늦다보니 다시 돈벌이에 내몰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돈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혼을 않고 있는 딸애들 뒷바라지 때문이다.

결혼이 늦어지는 젊은 세대들을 바라보면서 걱정스런 생각이 적지 않은 것은 우리 부부의 경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앞으로의 세상은 불투명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종사자들이나 정년이 보장될 뿐 대부분의 기업체 종사자들은 50도 되기 전에 직장을 그만두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도 “결혼이 너무 늦으면 출산 포기 등 문제가 많다”며 “결혼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당부하고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결혼할 여건이 되지 못해 결혼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연애는 하되 결혼은 회피하는 젊은 사람들의 풍조는 바꿔 나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특히 대중적 영향력이 큰 연예인 등이 이런 분위기를 바꾸는데 적극적으로 앞장설 수 있도록 하면 더욱 좋고 말이다. 정부 정책도 그런 차원에서 마련된다면 실효성도 조금은 높아지지 않을까 한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