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초록바위진혼제가 6월 29일 오후 6시 전주 곤지산 초록바위 정상에서 열린다.

전주민예총(회장 이형로)이 주관·주최하고 전주시가 후원하는 초록바위진혼제는 전주 지역의 오랜 아픔과 역사를 간직한 초록바위의 애환을 달래기 위해 처음 마련한 행사다.

초록바위는 조선 시대 죄인들의 사형을 집행하던 곳이었으며, 김개남 등 동학교도들과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당한 곳이기도 하다.

초록바위는 지금 완산동에서 좁은목으로 통하는 도로를 내는 과정에서 일부 잘라졌고 그 위치는 훼손되었으나 그 후 초록바위 길 건너편 전주천변에 초록바위 성지를 세웠다.

전주민예총은 제례의식과 공연을 통해 죽어간 영혼들을 위로하고, 전주 지역의 역사적 상징성을 되살릴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고시레로 시작해 진혼제 형식을 바탕으로, 네 개의 거리로 풀어낸 제의의식의 음악공연극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 행사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참가자는 행사 취지에 맞게 흰색 옷을 입으면 된다.

/ 김은주 시민 기자

전주 곤지산 무르팍에는 초록바위가 있다

흑석골 가르고 내달려온 공수내와

완산골로 꺾어 들어오는 전주천이 만나

빙빙빙 숨 가쁘게 돌다가 흘렀다는 길목,

해마다 오월이면 허연 이팝나무 꽃이

고봉밥으로 담겨 퍼지는 산자락 끝에

마삭줄 엉겨 오르는 초록바위가 있다

병인박해 때, 열다섯 나이의 소년 둘을

절벽 아래 물길로 떠밀어 순교시킨 이 바위는

훗날 개남아 개남아 짚둥우리에 묶여온

김개남이의 목을 친 곳이기도 하다

열다섯이 넘어야 생명을 끊는 관례가 있어

아직, 어린 두 소년은 나이가 찰 때까지

전주성 감옥에 담겨져 있었다고 한다

나이를 채워 죽이려 먹이는 무서운 끼니

부둑부둑 삼켜야 했을 그 얼굴 그 표정

초록 벼랑에서 떠밀리는 순간

퍽퍽했을 목에 물 콸콸 차들었을 소년의 몸,

연초록 나이에 초록이 지워진 이곳은

목이 댕강 베어진 김개남 장군 배가 갈려지고

장이 끄집어내어져 질근 씹혔다고도 하는데 댕강

댕강, 잘려진 초록바위엔 시멘트만 덕지덕지하다

∥박성우의 시 「초록바위」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