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무더위가 일찍부터 기승을 부린다. 5월에도 한 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다. 낮 최고기온이 30℃를 웃도는 날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가 아열대지대로 변해가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옛날에는 제주도에서나 재배되곤 했던 감귤 등이 지금은 도내에서도 많이 생산되고 있다. 물론 비닐하우스 등 첨단시설이나 신기술 등을 이용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기온이 높아진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라 한다.

박장우 논설위원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미국이나 남미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체리도 도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득도 높다고 하니 그리 싫지 않다는 생각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기온 변화가 앞으로 얼마만큼 더 진행되고 이에 따른 장단점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걱정은 없지 않다.

최근 전북도청에서 열린 ‘전북 기후변화 대응포럼’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전북지역 연평균 기온이 2010년 12.6℃에서 2070년 16.5℃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익산시를 표본으로 한 전북지역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의 평균값 편차도 2010년 10.5℃에서 2014년 11.4℃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 연평균 기온이 앞으로 60년 동안 3.9℃나 높아질 것이라는데, 지금도 더운데 얼마나 더 무더워질 것인지 상상조차 어려울 듯 싶다. 그리고 최고 최저 기온 평균값 편차가 높아지면 낮과 밤의 기온차 변동폭이 커져 실제 도민들이 느낄 수 있는 체감온도는 훨씬 더 높아진다는 의미란다.

옛날에는 이때쯤 되면 하지감자가 가장 맛있는 때였다. 하지감자는 하지(夏之:6월21일경)에 생산되는 감자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기록에 보면 강원도 지역에서도 하지 때 파삭한 햇감자를 캐어 쪄 먹거나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 먹었다고 전한다.

지난 60-70년대만 해도 이때 햇감자를 썰어 넣고 갈치를 지져먹곤 했다. 고춧가루하고 소금으로 간만 맞추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반찬이었다.

제철에 나는 농작물로 만든 음식을 제철음식이라 한다. 갈치감자 지짐도 제철음식의 하나이지 않았을까 싶다. 힘겹게 일하는 농부들도 갈치감자 지짐으로 힘을 얻곤 했던 것이다.

지난 90년대만 해도 신토불이(身土不二:몸과 땅은 둘이 아니다)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사람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먹고 살아야 건강에 좋다는 의미로 통했던 말이다.

지금 시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로컬푸드도 같은 맥락 아닐까 싶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이나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이 몸에 좋다는 것 말이다. 수확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만큼 싱싱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철음식이나 신토불이, 로컬푸드는 예전처럼 기후변화가 없을 때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었을 듯 싶은데 기온변화가 커질 미래에도 해당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수 없다.

당장 제철음식이 의미를 잃고 있는 것 같다. 비닐하우스 등을 이용, 농작물 생산시기가 조절되다 보니 겨울작물인지 여름작물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도 적지 않다.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감자는 3-4월에도 구경할 수 있는 게 요즘이다.

신토불이도 마찬가지다. 도내에서 체리도 재배되는 정도인데 기온이 더 높아지면 바나나가 생산되지 말란 법도 없을 듯싶다. 바다에서도 아열대 어종이 많이 잡히고 있다 한다. 국산과 외국산의 구분이나 의미가 모호해질 날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인 것이다.

기후변화는 자연재해와 건강문제에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폭염지역 확대로 65세 이상 고령자와 영유아, 장애인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농업, 산림, 해양수산, 물관리, 생태계 등 분야가 취약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옛 말에 날씨가 추우면 어려운 사람들이 더욱 힘들어진다고 했는데 반대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가난한 사람들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아열대 농작물이나 수산물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지금의 기후변화는 지구자체의 환경오염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져 자칫 전 인류를 위협하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더 큰 것 아닐까 싶은 것이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