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6주년 기념식에 야당 인사들이 대거 참석, 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유훈을 기렸다.

지난달 중국 선양에서 열린 6.15공동위원회 남북 해외위원장 회의는 6.15선언 16주년 기념 행사는 개성에서, 광복 71주년 기념 행사는 서울에서 각각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개성공단입주기업비상대책위, 남북경협비대위 등은 2010년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취한 5.24 대북 제재조치를 전면 해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대북정책 전면 전환을 촉구했다. 북한도 최근 들어 적극적인 대화공세를 펼치고 있다.

박장우 논설위원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북한이 핵개발 등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떤 대화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는 6.15 남북 공동행사도 승인하지 않았다.

남과 북은 6월이 되면 중대 고비,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극적인 일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인터넷 검색에서 남북관계는 ‘대한민국과 북조선 사이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목록이다’고 규정돼 있다.

대립관계에는 한국전쟁(1950. 6.25), 연평해전(1999. 6.15), 제2연평해전(2002. 6.29) 등 남북간 무력 충돌 일색이었다.

화해협력관계로는 정주영 현대그룹회장 소떼 방북(1998. 6),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위원장 남북정상회담(2000. 6.13-15)이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1999년과 2002년 사이의 남북관계 흐름이다. 연평해전과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제2연평해전이 그것이다. 1-2년 사이를 두고 대립과 화해 그리고 대립이 이어졌다. 남북관계의 실체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기에 충분할 듯싶다.

이명박정부 이후 남과 북은 극한 대립관계로 돌아서고 말았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 피격에 사망한데 이어 2010년에는 천안함 침몰사태까지 발생,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및 교류 중단 등 5·24조치가 발표됐다.

그리고 2010년 11월에는 북한군이 연평도에 해안포 공격을 했고, 2015년 8월에는 서부전선 DMZ에서 북한군이 설치한 목함지뢰에 국군 장병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까지 발생한데 이어 북한의 핵도발 등이 계속되면서 개성공단까지 폐쇄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남과 북이 2000년 이전으로 되돌아가 완전 냉각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남북 간에는 어떤 대화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극단론마저 나돌고 있다. 그만큼 남과 북의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남과 북이 우여곡절 끝에 대화 분위기로 돌아선다 하더라도 6.15 공동선언과 같은 단계까지 발전해 나가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동안의 남북간 화해협력도 정치적인 선언 이상을 넘지 못했다.

7.4 남북공동성명(1972), 남북적십자회담(1972), 제 1차 남북고위급회담(1990), 남북기본합의서(1991), 6.15 남북공동선언(2000), 10.4 남북정상선언(2007), 8.25 남북고위급 회담(2015) 등이 있었지만 발표 당시만 요란했지 이행 자체는 거의 이루어진 것이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국제정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통일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남과 북이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일본과 중국, 러시아의 견제로 분단된 남한과 북한이 완충지대로서 딱 들어맞는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민들도 남북통일에 대해 마뜩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통일방법도 다르다. 보수측은 북한의 무조건적 투항식 흡수통일을 요구하고 있고 진보측은 양측이 동등 조건하에 통합하고 통일하는 단계적 통일론을 주창한다.

올 6월의 남북관계는 어떤 기대조차 가질 수 없었던 시기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남북문제는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숙제다. 그리고 남북의 화해 협력에는 민족적 차원의 양보하고 이해하는 마음도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