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의 온라인상에는 전 스탠퍼드(Stanford) 남학생의 강간사건과 판결이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6개월의 카운티(county-지역) 감옥 수감과 3년의 집행유예로 판결이 나자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편지를 올리고, 또 그것에 대해 가해자 아버지가 이해를 구하는 편지를 올리고, 이어 그 아버지에게 다른 부모들이 반박 편지를 올리면서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 딸도 형이 가볍다고 판사한테 재심을 촉구하는 탄원서에 사인을 했단다.

정지월(Jiworl Seok) 은 현재 미국 애틀랜타에 살고 있다. 전주 성심여고와 전북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에 건너가 필라델피아 무어 예술 디자인 대학(Philadelphia Moore College of Art & Design)을 졸업했다.

나도 할까 해서 들어갔다가 그냥 나왔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다 내자식 같아서였다.

피해자의 글을 읽으니 내아들과 동갑인 여자아이가 당한 치욕스러운 폭력 뿐만 아니라, 사건 후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 겪었던 일들이 얼마나 부당하고 억울했을까 하여 가슴이 먹먹했다.

또 한편 인터넷에 도배돼 세상에 자신의 얼굴과 이름과 죄상이 낱낱이 까발려진 내 딸하고 동갑인 갓 스물의 남자아이가 또 밟혀서 가슴이 아프다.

물론 폭력은 어떤 것이든 잘못됐고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술에 취했든 약에 취했든 무의식중에 한 짓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어릴 때 저지른 한순간의 잘못으로 이렇듯 마녀사냥을 당해도 되는건지...

정의라는 이름으로 또 한사람의 인생을 이렇듯 거리낌없이 까발리고 떠들어대는 어른들에게도 묻고싶다. 당신이 지금 하는 행동이 오로지 불타는 정의감에서 비롯된 건지, 가장 핫한 이슈에 편승해 자신의 블로그나 이름을 알리고 싶은 알량한 욕심은 정녕 없는 것인지...

만약 가해자 아이가 자살이라도 하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건지... 내겐 이것 또한 살인과 마찬가지인 폭력으로 보인다.

아마 가해자 남자아이가 이토록 미움을 받는 데는 Stanford라는 명문대학의 수영팀 학생에, 잘사는집 아들이라는 배경과 죄질에 비해 가볍게 구형된 판결 등이 더 밉상으로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 모든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는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다.

그 아이가, 그 부모가 그토록 자랑스러워 했을 날개가 그들에게 더 독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아이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는 이기는 법만 배웠지 지는 법을, 추락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제일 먼저 가르쳐야 하는것은 낙법이다. 그것은 세상은 일방통행이 아니고 , 인생은 TKO 승이 아니라 수많은 라운드를 뛰며 끊임없이 펀치를 주고 받는 긴긴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자식에게 이기는 법뿐만 아니라 지는 법도, 넘어지는 법도,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쳐야 할 이유다. / 정지월 전북포스트 애틀랜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