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여파로 2년간 중단됐던 전주시의 전통적인 지역축제인 전주 단오제가 올해에는 6월9일부터 이틀동안 전주 덕진공원에서 열린다.

이번 전주단오제에서는 풍류체험, 씨름대회, 민속놀이겨루기, 전통놀이이벤트. 전통놀이체험, 문화예술행사 등이 선보인다.

단옷날을 전후해서 열리는 지역축제로는 전주풍남제, 남원 춘향제, 강릉 단오제 등이 있다. 전주 단오제는 풍남제와 통합됐다, 분리됐다 했던 탓인지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좀 헷갈리는 구석도 없지 않다.

박장우 논설위원

전국적으로는 강릉 단오제가 가장 높은 관심을 얻고 있는 것 같다.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다 시피한다. 강릉단오제는 단오굿, 단오놀이 등으로 불렸던 것으로 일제하에 잠시 중단됐다가 강릉 상인들에 의해 계속해서 명맥이 이어져 내려왔다.

강릉단오제는 1967년 중요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됐다. 강릉단오제가 열릴 때는 일시적으로 유동인구가 10만 명 이상이나 증가한다고 한다.

전주 단오제(풍남제)도 잘나갔던 때가 있었다. 지난 60, 70년대에는 전주단오제를 보려고 각지에서 모여든 인파로 전주 덕진공원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었다.

지금의 덕진역 광장에 남북으로 뻗쳐있던 철로 길엔 수많은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었고 지붕까지 빼곡히 올라탄 기차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지금도 텔레비전으로 전해지는 아프리카 등지의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은 기차처럼 말이다.

그리고 전주단오제의 최대 명물은 뭐니 뭐니 해도 난장이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장돌뱅이들이 펼쳐내는 볼거리와 먹을거리는 단오축제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때는 간단하게 간장 양념만 했던 국수도 어찌 그리 맛이 있었던지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곤 했었다. 지금 주말이면 방문객이 북적댄다는 한옥마을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흥을 돋우는 곳이었다.

농경사회에서 파종을 하고 모를 낸 후 약간의 휴식이 준비되는 시점이 단오절이다. 이날 하루 백성들은 마음껏 놀이를 즐겼다. 추위가 늦게까지 계속되는 북쪽지방은 이때 비로소 날이 완전히 풀리기 때문에 경사스러운 날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남쪽이 추석을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에 북쪽에서는 단오를 더 중시했음은 지역의 기후 차이에서 비롯된다.

전주단오제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주부중의 5월 단오는 먼 옛날부터 전해오는 덕진연못의 신비한 약효를 찾아 인근의 사람들은 물론 경상, 충청도 지방에서 찾아온 많은 사람들이 옷을 벗고 거리낌 없이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았던 풍속에서 비롯됐다.

명절은 계절에 따라 가일(佳日)·가절(佳節)이라 하여 좋은 날을 택해 여러 행사를 하며 즐기는 '이름난 날'을 가리킨다.

우리나라 명절은 농경생활의 순환 속에서 발전했다. 대체로 명절은 크게 보면 설·대보름·한식·초파일·단오·유두(流頭)·백중(百中)·추석·동지 등이 있다.

이들 중 가장 으뜸으로 치는 명절은 설날·대보름·단오·추석이고, 한식·유두·칠석·백중·동지는 그 다음으로 친다. 우리나라 명절은 기존 명절에서 한식·단오·칠석·백중 등이 차츰 쇠퇴하고, 단지 설날과 추석 등만이 강하게 남아 있다.

전주단오제도 정체성을 살리면서 지속적으로 개최해 왔더라면 지금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강릉 단오제  못지 않은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아니다. 강릉 단오제는 방문객이 엄청나지만 전주 단오제는 별로다. 행사를 위한 행사에 그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인상도 없지 않다.

전주시는 지난 59년 단오절을 전주시민의 날로 정하고 시민축제 행사를 해오던 중 67년 풍남문 중건 200주년을 맞아 시민의 날을 전후해 치르는 모든 행사를 총칭하여 풍남제로 불렀다.

전주단오제도 풍남제의 한 행사로 전락하면서 의미가 퇴색하고 말았지 않았는가 싶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풍남제의 경우 한옥마을이나 남부시장 등으로 확대되면서 난장도 예전과 같은 모습이나 분위기는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야시장과 같은 현대적 의미가 가미된 면이 없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지만 말이다.

강릉단오제가 너무 잘 나가는 것 같아 샘이 나서 그냥 해보는 넋두리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