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은 지 15년도 넘었다. 회사생활로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그런지 어느 날, 몸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휘청거린 적이 있었다.

특별히 어디가 아프다거나 한 적은 없었는데 갑자기 머리가 핑 돌고 다리에 힘이 쑥 빠졌다. 당시 하루에 한 갑 정도 피웠던 담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뭔가 몸에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위기의식만 가득했다.

박장우 논설위원

회사 근처에 있던 병원을 찾게 됐는데 의사가 진찰을 해보고 ‘위궤양’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날부터 담배도 멀리하고 술도 입에 대지 않았다.

한 달후 병원을 다시 찾으니 의사가 “위염 증세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내가 “전에 위궤양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의사는 “그런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분은 좀 이상했지만 더 나빠졌다고 말한 것은 아니어서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

이후 몸이 좋아졌다는 의사 말에 술은 다시 마시기 시작했으나 담배는 더 이상 피우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술을 많이 마시면 담배가 생각난다고 했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담배 생각이 나서 목이 간질거릴 때 술을 마시면 도움이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아파트 12층에 사는 친구는 담배를 피우려면 집밖으로 나가야 한다. 하루에 10개피 정도 피우고 있다는데 그때마다 찍소리 못하고 밖으로 쫓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이른 아침에도 밖을 서성이고 있고, 늦은 밤에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

끽연자들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대중이 모이는 장소는 대부분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건물 내부는 물론 실내주차장, 버스 승강장 그리고 웬만한 음식점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돼 있다.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체 등에서는 직원들 흡연구역이 별도로 지정돼 있다. 담배를 피우려면 흡연구역으로 지정된 곳까지 반드시 이동해야 한다. 큰 건물의 경우 5분 이상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담배값도 장난이 아니다. 끽연자들이 즐겨찾는 담배 가격은 한갑에 4500원이나 한다. 지난해 초 한번에 2000원이나 올랐다.

담배값 인상 이후 우리나라 흡연율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조사 결과, "2015년 성인 남성 흡연율 잠정치가 39.3%로 집계됐다"며 "2014년에 비해 3.8%포인트 낮아져 공식 통계 산출 이후 처음 30%대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성인 여성의 흡연율 또한 2015년 5.5%로 2014년과 비교해 0.2% 감소,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청소년 흡연율은 7.8%를 기록해 조사가 시작된 2005년 이후 가장 낮았다.

5월31일은 세계 금연의날이다. 우리나라 흡연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하지만 OECD 국가중에서는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세금 문제 때문에 정부에서 강력한 금연정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한다. 현재 흡연인구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금연정책은 세가지로 압축해볼 수있다. 담배값 인상, 금연구역 확대, 그리고 금연캠페인을 비롯한 지원대책이 그것이다.

이중 금연캠페인은 단기간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담배값 인상이나 금연구역 확대 시행은 눈에 띄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그리고 실제 담배값 인상으로 흡연률도 크게 떨어졌다는 통계인 것이다.

그런데 금연구역에 대해서는 확대만 했을 뿐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정부에서 담배값 인상으로 줄어든 흡연인구를 금연구역 방치로 벌충하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인 것이다.

또한 담배값 인상으로 인한 금연효과도 시간이 흐르면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담배판매량의 경우 지난해 초보다 연말에 이르면서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예전에도 담배값 인상효과가 2-3년도 가지 않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담배인심을 야박하게 했다느니’, ‘서민들 호주머니를 털었다느니’ 하는 악평을 받았던 담뱃값 인상이 본연의 효과를 제대로 거두려면 정부의 금연정책이 보다 강력히 시행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금연구역 흡연행위라도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