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간은 가정의날로 시작해서 부부의날로 끝난다. 가정평화와 부부화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정된 날인 듯싶다. 반대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정과 부부도 그만큼 많아졌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의미도 담고 있지 않을까 싶다.

박장우 논설위원

사랑에 빠진 청춘 남녀들을 보면 인류의 영속성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 같이 생각되기도 한다. 대형마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중 하나는 층간 이동하는 무빙워크(에스컬레이터)에서 포옹하는 남녀들이다. 대부분 20대들이지만 30대들도 없지 않다. 주변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마치 영화 ‘타이타닉’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흉내 내기라도 하는 듯 진지하다.

몇 년전 결혼 적령기를 지난 듯 싶은 30대 남녀들이 골목 편의점 가판에서 술을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를 엿듣게 된 적이 있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한 달에 200만원만 벌어다 주면 내가 애 둘을 낳아 길러보겠다”고 제안하는 대화였다. 그때 남자는 별다른 말이 없이 여자가 하는 이야기만 듣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 남자는 돈벌이에 자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젊은 층에서 결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다. 혼인건수가 해마다 최저치로 기록 갱신 중에 있다는데, 남녀 초혼연령이 크게 높아졌으며 경제력을 갖춘 연상녀와 연하남 커플도 많아졌다는 전언이다.

케이블 TV로 전해지는 외국 드라마를 보면 정상적인 가정이나 정상적인 부부가 거의 없는 것처럼 생각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결혼하지 않는 여성도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기도 한다. 주변에서 “애 아빠가 누구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물어보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못하는 것 같이 여겨지기도 한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처럼 미국유행 따라 잡는데 빠른 나라도 없다는데...

우리나라에선 한해 10만쌍 이상이 이혼하고 있다는데 혼인건수의 1/3이 넘는 수치란다. 30년 이상 함께 산 부부들의 이혼률도 10년전의 2배를 넘어섰다. 그동안 불만이 있어도 참고 살았던 사람들이 자녀들이 다 성장한 뒤 부담 없이 헤어지는 경우다.

지난 2011년 12월, 이탈리아에 사는 안토니오 할아버지(당시 99세)가 3살 연하였던 부인 로사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 세계적인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부인 로사와 결혼식을 올리고 78년간 같이 살았던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이삿짐을 꾸리다가 자신이 경찰로 복무하던 시기에 로사가 결혼생활 중 사귀었던 남성과 주고받은 연애편지를 발견, 배신감을 참지 못하고 결국 이혼소송을 내고 별거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영국의 한 연구소에서 늙은 과부와 노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라는데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다. 그중 남편이 있는 부인이 혼자 사는 과부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더라는 내용이다. 아마 남편이 도움이 되기는 커녕 귀찮게 하는 일이 더 많기 때문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70세 이상 노부부들 사이에선 곧잘 상대방을 ‘웬수’라고 부르곤 했다. ‘웬수’는 ‘원수’의 사투리인데 서로에게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존재,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한 존재지만 어쩌지 못하고 살붙이를 하며 죽는 날까지 살아야 하는 관계라는 의미 아닐까 싶다. 잉꼬부부가 해로하며 서로 저 “웬수”하며 산다는 것처럼 복 받은 일도 없을 테고 말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에 있어 이혼사유로 성격차이, 경제문제 등이 가장 많이 꼽힌다. 그런데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에 있어서는 성적인 문제가 가장 높은 이혼사유라고 한다. 함께 잠자리를 하고 싶은데 상대방이 이를 거부하면 더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혼을 요구하는 식이란다.

성경에서는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린도전서 13장)”고 했다. 그런 사랑이 식으면서 발생하는 가정위기나 부부문제라 그런지 그 해결책도 마땅치 않은 것 같다. 가정주간을 맞아 한번쯤 가족 모두의 사랑을 보듬아 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어떨까 싶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