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는 환갑도 못 미친 54세 때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도 아버지가 어린 시절에 암으로 돌아가시고 고모들도 암으로 돌아가셨다. 가족력을 피해가지 못한 것 같다.

아버지가 폐암을 진단받고 돌아가신 후 15년 동안 음식과 영양에 대한 공부를 했고, 온갖 영양 서적과 질병 치유 음식에 관한 문헌과 자료를 정리하고 연구하고 경험적으로 실천하면서 질병을 이겨내고 장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그 해답은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장윤영씨는 사회복지학 교수이면서 '전주빵'이라는 브랜드로 우리밀수제팥빵과 전주비빔빵을 만들고 있는 고령자친화 사회적기업 ‘천년누리’의 대표입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건강한 먹거리]에 답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어떤 음식이 건강하고 어떤 음식이 질병을 치료하는 지 갑을박론이 참 많다. 예를 들어 소금을 먹지 않아야 건강하다는 주장과 소금이 부족해서 병이 온다는 상반된 주장이 있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수많은 논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논쟁에 굳이 깊게 관여할 필요는 없다. 모든 영양학자들과 의사, 대체의학자,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모두 동의하는 것은 [채소와 과일 중심의 소박하면서 과하지않은 함께 즐기는 식사]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좋다. 어떻게 먹어라”는 내용과 방법론에서 각종 연구 결과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지만 공장식으로 만들어진 고지방, 고칼로리 가공식품을 최소화하고 채소와 통곡물, 과일을 중심으로 하는 식사가 건강식이고 장수의 비결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누구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생존이 아니라 자존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밥상.

깊은 산속에 솔잎으로 효소를 만들고 건강식을 챙기던 40대 그녀가 유방암으로 투병중이다.

그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먹거리를 먹던, 질병으로부터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면역력을 키우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되도록 즐기면서 욕심을 비우고 살아가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혹여 질병을 얻었다면 그것을 기회로 삼아 몸과 마음을 더 돌보는 기회로 삼아야겠지만 말이다.

먹거리는 먹거리 그 자체만의 의미는 아니다.

먹거리는 사회구조적인 환경, 생태환경, 먹거리 생산과 유통 환경, 공동체 환경, 사람과의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어떤 음식을 먹는다”라는 단순한 한 가지 만으로는 좋은 먹거리라고 정의될 수 없다.

우리는 마사이족처럼 맨발로 유목생활을 하면서 신선한 고기와 자연에서 갓 따은 열매를 조리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생태와 먹거리 환경이 보장되는 곳에서 살고 있지 않고 있다. 또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들과 산에 나는 제철 채소와 열매를 직접 수확해서 슬로우푸드를 만들어 먹고 그것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여유로운 환경에 살고 있지도 못하다.

아침밥은 거르거나 차 안에서 대충 떼워야 하고,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소화시킬 시간도 없이 후다닥 먹어야하고, 저녁은 직접 준비한 집밥을 먹는다면 퇴근 후 저녁 8시가 넘는 늦은 시간에 겨우 배를 채울 수 있다.

우리는 사회구조적으로 생계를 위해서 야근 잔업에 여가생활을 제대로 향유할 수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즉석가공요리의 의존 비율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가난할수록 정크푸드와 첨가물 범벅인 가공식품을 더 많이 먹고, 노인이 되어갈수록 더 빈곤해지는 나라에서(노인 빈곤율 50%-2015년 전체 빈곤율 12%) 로컬채소로 직접 만들어 먹는 슬로우푸드는 가진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인지도 모르겠다.

돈이 없고 시간이 없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회구조적인 환경에서 우리의 빠르게 조리해 먹고 쉽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먹거리 문화는 우리를 조금씩 병들게 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 로컬 재료를 쉽게 구입해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겠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돈이 없는 사람은 자본이 만들어놓은 자극적이고 첨가물이 많은 먹거리 환경이 익숙해져 간다.

농민들도 더 빠르게 더 때깔 곱고 더 큰 상품을 상품으로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농약과 각종 비료, 제초제를 사용한다. 친환경 신선한 먹거리를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세상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아마 그 과정은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 더 힘을 내었으면 좋겠다.

피곤한 몸이지만 콩나물 2천원어치를 사서 콩나물국을 끓여, 혹은 쑥 1천원어치 사서 쑥국을 만들어서 김치와 먹는 소박한 밥상을 차릴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그런 소박한 밥상에도 감사하며 생존이 아니라 자존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밥상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꽃이 되는 삶이 되어야 우리는 이 곳 대한민국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존해나갈 수 있다.

나는 그대에게 꽃인데 그대는 나에게 쓰레기같은 정크푸드를 준다면 나는 쓰레기 같은 존재가 된다. 취나물과 두릅 등 봄나물이 한창인 요즘, 그대와 함께 봄나물 한 가지를 올린 밥상에서 소박하지만 행복한 식사를 함께 하기를 바란다. / 장윤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