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부자 도시인 경남 거제와 울산에서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구조조정 이야기는 공포 수준인 것 같다. 세계적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조선소 인근 지역은 초토화 직전이라고 한다.

“저녁 회식이 아예 없어지다 보니 막걸리집 소주 가게 등 주변 음식점도 문 닫은 데가 많다” “밥을 대먹던 하청 소장의 발길이 끊어져 며칠 동안 보이지 않으면 협력업체가 떠난 것으로 보면 된다”. “몇년전까지는 원룸을 찾는 사람이 많아 주인이 큰소리칠 정도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역전된 상태로, 매매는 아예 끊겼으며 발 빠른 원룸 주인들은 월세를 대폭 내렸는데도 방이 나가지 않는다”

박장우 논설위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경영 위기도 보통이 아니라고 한다. 2010년 완공된 군산조선소에 근무하는 종사자는 본사 직원 등 모두 5,715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조선업황 부진과 자체 인력 조정으로 3,700여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거제나 울산의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 보니 군산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을 뿐이지 우리 지역에도 구조조정 바람은 이미 상륙했던 것 같다. 그동안 군산조선소를 떠나야 했던 근로자들이 겪었을 고통이 결코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 경제에 미쳤던 후유증도 상당했을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한다. 현재 군산조선소에서 건조중이거나 건조 예정에 있는 선박 대부분은 2016년 말 준공 예정이며, 본사 자체의 수주가 손가락을 꼽을 정도여서 2017년부터는 근로자들이 일손을 놓게 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이로 인해 조선소 근로자들은 구조조정설에 시달리며 나날을 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어떤 근로자들은 근로현장을 전쟁터라고 표현하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

“회사가 감원설을 흘려 이번 기회에 확실히 구조조정에 들어가겠다는 것 같다. 한참 잘 나갈 때 경영진들이 잘못하고서 회사가 어려워지니까 현장에서 수천명을 짜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

울산지역 실업급여 신청자가 18%나 늘었다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000명 감원 목표를 발표했고 대우조선도 4년동안 2,300명을 추가 감축하는 자구책을 내놓았다. 그동안의 구조조정 바람이 강풍이었다면 앞으로는 태풍으로 돌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인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가 앞으로도 좋아질 것 같지 않다는데 있지 않을까 싶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 전문가 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한국경제가 이미 장기 저성장에 돌입했다’는 대답이 70.5%를 기록했다. 조만간 저성장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는 대답(26.2%)까지 포함할 경우 한국경제의 장기 저성장을 예견하는 대답이 무려 96.7%에 이른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2.8%로 예견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2.7%, LG경제연구원 2.4% 등 국내외 주요기관들이 우리 경제가 2%대 저성장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저성장의 원인으로 10명 중 8명꼴인 78.7%가 ‘경제 체력의 근본적 약화’를 지목했다. 경제성숙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16.4%)과 세계경기 부진에 따른 일시적 현상(4.9%)이라는 응답은 소수에 그쳐 우리 경제가 외생적 변수보다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조선, 해운,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 5개 업종을 취약 업종으로 선정,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말까지 부실기업 정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국가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죽했으면 야당까지 부실기업 구조조정작업을 거들고 나섰을까 싶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언제부터인가 2017년에 우리나라가 또 다시 IMF에 간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었는데 그게 사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이미 시민경제는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게 들리는 게 요즘이다.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은 물론 기업, 국민 모두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 같다. 1997년, 우리나라가 IMF에 손을 내밀 당시, 온 국민이 겪었던 고통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