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우리 사회를 달구었던 것들. 선거, 태양의 후예, 그리고 설탕세 논쟁입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이제부터 진정한 선거가 시작되겠고, 태양의 후예도 끝났지만 그 예쁜 사랑은 가슴에 남아있지 말입니다.

설탕세 도입까지 거론한 [SBS 스페셜] 당하고 계십니까?는 끝났지만 설탕은 오늘도 우리의 단맛에 대한 욕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장윤영씨는 사회복지학 교수이면서 '전주빵'이라는 브랜드로 우리밀수제팥빵과 전주비빔빵을 만들고 있는 고령자친화 사회적기업 ‘천년누리’의 대표입니다.

대학 때 풍물패 상쇠였던 키 크고 마른 대일이라는 후배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 집에 잠깐 간 적이 있는데 또래 동기들과 무언가를 마시고 있었다. 뭐냐고 물어보니 설탕물이었습니다. 먹을 게 없어서 설탕물을 먹는다고... 그때 문화적 충격을 쾌 많이 받았습니다.

아무리 먹을 게 없어도 설탕물을 먹다니!!! 가난하고 배고픈데 쌀은 없고 부엌에 설탕이 있어서 동기들과 풍물 연습하기 전에 설탕물을 먹었답니다. 지금도 가끔 어지럽거나 술마신 다음날 꿀물 대신 설탕물을 먹기도 하지만 이렇게 설탕물 한 그릇으로 노동으로 지친 육신을 달래거나 먹을 것이 없어서 허기를 채우던 배고픈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설탕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설탕을 악의 근원으로 보고 설탕세까지 도입한다고 하니 그냥 지켜 보고 말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한 쪽에서는 더 달고 더 자극적인 맛으로 도배된 온갖 상품들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맛집으로 소개된 곳은 설탕을 엄청나게 쓰는 양념이 비법이었고 백선생님이 비린내, 누린내, 각종 입맛에 안맞는 것을 잡는 것도 설탕이었습니다. 심지어 된장국에까지 설탕을 넣는 레시피가 등장했으니까요.

어떤 것이든 과하면 우리 몸에 해롭지만 설탕이 과하면 건강이 치명적으로 위협받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의택이는 음료수를 사달라고 조릅니다. 음료수 한 병에 각 설탕이 무료 10개가 들었다고 물을 마시라고 하지만 물은 맛이 없다고 하면서 “정말 탄산음료가 설탕도 많이 들어가고 그렇게 문제라면 탄산음료를 안 만들면 되잖아요. 왜 그런 걸 만들어요?” 라고 묻습니다.

설탕세를 도입하는 것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을 제시하는 의택이같은 아이들이 대통령이 되면 설탕 과다섭취의 문제는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텐데요. 어쨌든, 담배값을 인상해도 담배 피우는 인구가 줄지 않듯이 설탕세를 도입해도 설탕을 더 많이 더 넓은 곳에 쓰여지고 우리를 유혹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유혹에 적당히 빠져 있다가 어떤 사람은 조금 더 일찍, 어떤 사람은 조금 더 늦게 설탕으로 인한 각종 질병을 얻어 죽어갈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단 맛을 추구할까요? 인간은 원래 단 맛이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곡물이 대량생산되던 농경 사회 이전, 아니 더 오래전인 불을 발견하기 이전 지구가 따뜻한 기후였던 열대기후와 난대기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람들은 달콤한 열대과일을 주식으로 즐겨 먹었습니다.

로컬푸드를 먹는 것이 좋다는 현대 논리로 따지면 인류는 오랫동안 아주 가까이에서 풍성하게 열리는 달달한 열대 과일을 먹고 살았고, 그 달콤한 열매로 충분히 단맛을 충족시켰습니다. 현대인들이 곡식위주의 식생활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단것을 좋아하는 습성은 지금도 사라지지않고 있습니다.

바로 단 것, 단순 탄수화물이라는 연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중독’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한국인은 이번에 또 ‘설탕 중독’이라는 말이 번지고 있더군요. 설탕 섭취는 인간의 뇌에서 보상과 동기 부여를 관할하는 부분을 활성화되기 때문에 도박과 인터넷 중독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라 지방보다 더 무서운 것이 설탕이라고... 코카인보다 그 중독성이 8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우리 인간에게 보상과 동기 부여를 자극하기 때문에 인간은 단 맛이 더 필요합니다. 그 자극을 건강한 당분으로 충분히 충족시켜 준다면 우리는 다른 곳에서 중독되지 않을 것입니다.

육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충분한 포도당이 공급되어야 하듯이 단순 탄수화물을 본능적으로 찾는 인간은 충분한 단순 탄수화물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우리 몸이 탄수화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설탕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쌀밥 한공기와 몇가지 나물과 채소 반찬, 고기, 두부, 싱거운 국 등으로 배를 가득 채우고 포만감을 느낀다면 밥먹고 나서 달콤한 던킨도너츠를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집니다.

마찬가지로 운동 후에 아이들에게 수박으로 잔치를 벌이고 충분히 단맛과 수분을 충족시켜 준다면 아이들은 탄산음료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을 뿐더러 운동으로 인한 근육의 피로도 풀어주고 기분도 좋아지고 뇌 기능도 더 활성화되어 집중력도 더 높아지게 됩니다.

설탕세를 도입하는 것이 설탕을 덜 먹게 하는 해결 방안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먼저 먹느냐', 그리고 '무엇으로 단맛을 충족시키느냐'가 해결 방안의 열쇠입니다.

사탕수수는 설탕의 모체이지만 사탕수수 대를 잘라서 단맛을 빨아 먹으려면 그 질긴 사탕수수 대에 붙은 섬유질 덩어리를 아작아작 씹어야 합니다. 우리는 단순 당이 필요한 존재라서 단 맛을 추구하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당을 섭취할 때 그냥 막 먹는 것이 아니라 사탕수수처럼 섬유질을 씹어야만 섭취될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자연의 원리를 깨고 섬유질이나 기타 미네랄, 무기질을 다 제외하고 오로지 단 맛만 나는 쓰레기 정크 당을 만들어놓은 것이 설탕입니다.

어떤 분께서 건강을 위해서는 과일도 당분이 많으니 많이 먹으면 안된다고 그러더군요. 과일의 당분은 시판되는 주스 형태로 마시지 않는 이상 사과 10개를 먹어도 당분만 섭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과의 당분 속에 함께 섭취되는 섬유질과 비타민, 미네랄, 무기질은 우리 몸이 자연 그대로의 당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게 해줍니다.

과일처럼 온전한 형태의 자연 그대로의 제품으로 우리의 단 것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합니다. 쌀밥을 꼭꼭 씹어 먹으면서 반찬과 함께 포도당을 흡수해야 단 것에 대한 욕구도 충족시키고 단 것으로 인한 피해도 막을 수 있습니다.

제발 오늘부터 자연 그대로의 당분을 주는 음식을 사랑해 주십시오. 그런 음식으로 몸이 온전히 단 맛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아무리 자극적인 단 맛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와도 우리의 단 맛에 대한 갈증은 충분히 조절 가능한 것이 됩니다.

사탕이나 달콤한 공장 제품을 죽어도 먹고 싶다면 자연 그대로의 단맛을 충분히 섭취하고 나서 먹어보세요. 그러면 그것에 중독되기 보다 그것을 조절하면서 즐길 수 있고, 그것이 얼마나 맛이 없고 역겨운지 알게 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쓰레기 정제당을 멀리하게 되는 능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이 안타까워서 어쩔수 없이 설탕세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참으로 어이없는 일입니다. 저는 설탕세 도입을 반대합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우리가 건강해지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먼저 고민해 주고, 그런 영양 교육이 선행된다면 설탕세 없이도 우리는 더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습니다. / 장윤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