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새누리당의 참패와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승리로 끝났다. 더민주당은 호남에서 완패했지만 수도권을 석권하다 시피해서 제1당이 됐고,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압승해 캐스팅보트를 쥐는 3당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번 선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가장 감동적인 것은 정치적 불모지에서 오랫동안 표밭을 가꾸어 성공한 당선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 아닐까 싶다. 그것도 지역감정의 높은 장벽이 이젠 허물어질 것 같은 희망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더욱 반갑고 말이다.

박장우 논설위원.

전주시을 선거구의 정운천 당선자는 전북지역 여당 당선자로서는 20년 만이라고 하고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당선자는 야당 당선자로서는 31년만의 쾌거라고 전한다. 전남의 이정현 당선자는 19대 보궐선거에 이어 거푸 당선됐고, 경남 김해을의 김경수 당선자는 세 번째 도전 끝에 금뱃지를 달게 됐다. 이 외에도 정치적 적지에서 오랜 고향사랑 끝에 여의도에 입성한 사람들이 2-3명 더 있는 것으로 들린다.

정운천 당선자나 김부겸 당선자 모두 “오랫동안 지역주민들과 지내면서 생활하다 보니 차츰 마음도 열어주시고 오늘과 같은 영광도 안겨주신 것 같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그리고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이들이 그동안 겪었을 정신적, 육체적 고통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공짜로 얻어지는 성공은 이 세상에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요일마다 받아보는 교회 주보에는 감동적인 글이 적지 않다. 그중 잊혀지지 않는 내용이 있는데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합니다〉와 〈서커스의 묘미만 부린 등신 코끼리〉가 그것이다.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합니다〉라는 글은 '행동하는 당신을 삶에서 보여 주십시오' 하는 내용이다. 작은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사는 농부에서부터 위대한 예술가나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성공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계획한 것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인데도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심을 행동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많은 사람들이 실행하지 못할까? 그것은 미리 스스로 실행하는 훈련이 되지 않아 행동으로 옮기는데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수가 무대에서 한 곡의 노래를 부르려면 300번 이상 연습을 한 후에 무대에 선다고 한다. 그래야 조금도 어색하지 아니하고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당신도 진정 성공하고 싶다면 결심만 하고 끙끙 앓고 있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보라.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당신의 모습을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웃음부터 남에게 보여주기 시작하면 된다.

〈서커스의 묘미만 부린 등신 코끼리〉라는 글에서는 '고정 관념을 버리면 놀라운 새 힘을 얻는다.'고 했다. 이 땅에서 가장 크고 힘이 센 동물은 코끼리다.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일대에서는 백수의 왕으로 군림한다.

그런데 이 엄청난 힘을 가진 코끼리가 서커스에 가보면 작은 말뚝 하나에 묶여 그 큰 덩치 값을 못하고 있다. 아기 코끼리 때 처음 말뚝을 풀려고 애를 쓰다가 안 되어 포기했던 고정관념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코끼리는 엄청난 힘을 평생 한 번도 써먹지 못하고, 먹고 시키는 대로만 하는 재롱둥이 등신 코끼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선거철에만 반짝하고 나타나는 우리 주변의 정치 지망생들도 바보처럼 결심만 하는 등신 코끼리 같은 사람들은 아닐까 싶다. 지역정서를 같이 하는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 선거에서 당선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아예 포기하고 노력도 해보지 않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전남에서 지역구 재선에 성공한 이정현 당선자는 당선 소감으로 이렇게 말했다. “미친 듯이 일하겠다”

만약 정말 미친 듯이 노력하는 정치 지망생이 있다면 그 사람은 특정정당의 공천을 받았든 안 받았든 관계없이 언젠가는 지역주민들에게 인정받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다.

정치 지망생들이여, 무조건 ‘안 될 것이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결심한 계획이 있다면 지금 바로 실행으로 옮겨보는 용기를 발휘해 보라. 정치적 불모지에서 값진 승리를 거둔 당선인들이 남긴 교훈인 것이다. / 박장우 논설위원